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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포기" 석달만에…野도 당황케한 이재명 "부결"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식으로 병상에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부결을 공개 요청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석 달 만에 번복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부터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에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SNS에 올린 2000자 분량의 글에서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했다. 이어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언급하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다.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며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지난 6월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당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었다. 7월엔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입장문에선 “앞으로 비회기에 영장 청구하면 국회 표결 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며 회기 중 영장청구의 부당성만을 강조했다.

전면적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이 대표가 부결을 요청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자 당내에서도 “방탄용 단식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명계는 물론 표결을 고심하던 다수 의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의 공개적인 부결 요청에 국민의힘은 맹공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그동안 숨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조정하더니, 이제 전면에 나서서 민주당 의원 전체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말했다"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던 호기로운 모습은 어디 가고, 이 대표가 표결을 앞두고 많이 불안한가 보다"라며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재명과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의사국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의사국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 형식으로 임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기 때문에 각자 의원이 숙고하고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위원회는 당론으로 정하지 않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이를 고려해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의원총회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으므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의총에서는 30여 명의 의원이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대부분 부결을 주장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체포동의안을 가결해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엔 당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는 우려였다. 반대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언급을 지적하며 ‘방탄 논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21일 본회의에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진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 현직 의원 체포동의안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오르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전체의원 결의로 윤석열 정권의 전면적 국정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18일 한 총리 해임안을 제출했다.

역시 무기명 표결로 진행되는 해임건의안은 헌법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168석)이 과반이라 가결 가능성이 높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현직검사 탄핵소추안도 21일 표결을 진행한다. 지난 6월부터 검사 탄핵을 주장했던 김용민 의원은 지난 19일 야권 의원 105명의 동의를 얻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보복 기소 의혹이 제기된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법상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의 탄핵 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로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만약 검사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이 또한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7년 12월 BBK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으로 발의된 검사 3인 탄핵소추안은 처리시한을 넘겨 자동폐기됐다.

한편 친명계 원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21일 오전 11시부터 국회 앞에서 ‘이재명 대표 지키기 비상행동’ 집회를 예고했다. 민주당 의원을 압박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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