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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범 앞 '변신방패' 떴다…경찰도 "든든", 이 무기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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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방검방패. 사진 경찰청

접이식 방검방패. 사진 경찰청

#1. 지난 2021년 5월 13일 오후 8시쯤 서울 지하철 8호선 문정역. 두 손에 커터를 쥔 A씨가 역사 안으로 쏟아지는 시민들을 위협했다. 시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씨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 새롭게 개발돼 현장 테스트 중인 ‘변신방패’를 들고서다. 경찰은 4분 만에 A씨를 체포했다.

#2. 같은 해 8월 서울 송파구의 한 식당. 손님 B씨가 23㎝짜리 과도를 쥐고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주인이 밖으로 도망치자 그는 식당 풍선 간판을 칼로 긋기 시작했다. 경찰을 향해서도 격렬하게 반항했다. 그러나 ‘변신방패’로 안전을 확보한 경찰은 B씨가 바지춤에 숨긴 과도를 재빨리 빼앗았다.

일선 경찰관들이 접이식 방검방패를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 과학치안진흥센터

일선 경찰관들이 접이식 방검방패를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 과학치안진흥센터

이렇게 범죄 현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변신방패’의 정식 명칭은 ‘접이식 방검방패’다. 팔목에 붙은 안쪽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두 배(가로 43,3㎝, 세로 40.5㎝) 크기로 커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경찰청이 2018년부터 115억여 원을 들여 연구개발과 실증을 진행한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시범사업’ 중 일부다. 과학치안진흥센터 관계자는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가볍고 단단하다”며 “‘범인이 흉기를 휘두를 때 방어용으로 든든하다’며 일선 경찰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지능화·첨단화 범죄, 과학기술로 막는다” 

19일 과학치안진흥센터는 이같은 ‘과학장비’의 도입을 보다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학치안진흥센터는 경찰청과 KIST가 협력해 지난 2021년 1월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치안 문제에 ‘과학기술’로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관련한 연구개발(R&D) 예산은 2015년 22억원에서 지난해 592억원으로, 연평균 72.9% 증가했다.

더욱이 ‘자치경찰제 시대’에도 과학치안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경찰 인력을 증원해서 대응한다면, 재정 여건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과학치안을 통해 이런 편차를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 후 처음 방문한 곳이 과학치안진흥센터였다. 당시 윤 청장은 “미래치안은 곧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과학치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급할 땐 ‘보이는 112’…“대세는 과학치안”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사업 중 대표적인 성과가 지난해 5월 도입된 ‘보이는 112’ 신고다. 말하기 어려운 위급 상황에서 112에 전화를 건 뒤 안내에 따라 말없이 숫자 버튼만 누르는 방식이다. 이후 경찰이 문자로 전송하는 ‘보이는 112’ 링크를 통해 영상 촬영과 비밀 채팅을 할 수 있다. 실시간 전송되는 현장 위치와 상황 등을 통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지난 5월 기준 하루 평균 102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보이는 112 시스템. 사진 경찰청

보이는 112 시스템. 사진 경찰청

최근엔 ‘경찰 건강 스마트관리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맡은 직무별 건강의 상관관계 데이터를 분석해 휴식을 주거나 보직을 변경하는 등 선제 대응이 가능한 일종의 통합 관리 플랫폼이다. 현직 경찰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학치안은 해외에서도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은 생물학‧기술공학을 기반으로 비살상 무기나 방탄 장비를 개발하는 국립사법연구원을, 영국은 유전자‧물리학 등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테러 공격과 폭동에 대응하는 국방과학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경찰청 직속으로 과학경찰연구소가 범죄수사 기법과 소년 비행, 교통환경, 대기오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귀원 과학치안진흥센터 소장은 “생체 인식과 로봇, 스마트 경찰차 등 전 세계적으로도 치안 분야에 과학기술이 널리 도입되는 추세”라며 “치안 서비스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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