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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건보 자격 인지 못 했다" 이균용 청문회 '송구'만 12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뉴스1

“건강보험법도 위반한 걸로 보여요. 아들과 딸이 최근까지 후보자의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습니다.”(서동용 의원)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말을 그렇게 자주 하세요?”(서 의원)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습니다.”(이 후보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19일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이 후보자는 오전에만 12차례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 인사청문회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이 후보자는 준비해온 인사말을 통해 “재산 신고 등과 관련해 미비한 점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위원님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으나, 곧바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자료 왜 안 줘” 후보자 앉혀놓고 30분간 싸움…李 연신 “송구”

박용진 의원은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께서는 개인정보제공 미동의하거나 임의로 5년으로 한정해서 제출한 자료들이 상당수였다”며 “불성실한 자료제출로 검증 자체가 무력화된다면 결과는 후보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말에서 33년 법관 했는데 제출은 5년치만 한다는 것은 모순(최기상 의원)” “오늘 중으로 자료 제출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삼겠다(전혜숙 의원)” 등 야당의 공격이 계속되자 여당 의원들도 참전했다. 전주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이 과도하다”며 “면세점 물품 구입내역 등까지 요구하며 김명수 대법원장 때보다 자료제출 요구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9명의 의원들이 자료 제출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느라, 정작 이 후보자는 인사말 이후 30분 뒤에야 답변을 위해 입을 뗄 수 있었다. 서동용 의원은 “내내 안 내시다가 어제 늦게 제출하신 자료”라면서 이 후보자의 아들·딸 건강보험 자격변동현황을 꺼냈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딸, 미국의 중소규모 투자은행에서 일한 아들이 최근까지 이 후보자의 직장 피부양자로 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해외에 직장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성동 위원장에게 선서문 전달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성동 위원장에게 선서문 전달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첼리스트 딸, 집 없이 떠돌아…김·장 학부 인턴은 아들 外 다수” 

후보자 지명 이후 불거진 ‘딸 증여세 탈루’와 ‘아들 김앤장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한 검증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의 딸은 해외 계좌로 매년 1만 달러씩 총 6800만원 가량을 송금받았는데, 이 기간 국내 계좌에서도 1억 원 이상의 예금을 불려왔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딸이 첼리스트이기 때문에 해외 연주 여행을 다니는 데 비행기 값이 많이 든다”며 “집도 없이 외국을 떠돌며 활동하고 있는 미혼 자녀의 연주 활동 비용을 부모로서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였기 때문에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대학생 시절 김앤장에서 인턴을 한 것에 대해선 “전혀 저와 관련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 밝혔으나, 재차 질문이 이어지자 당시 경위를 일부 설명하기도 했다. “아들이 미국에서 친구들 사귀어 가지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함께 10명 중 9명은 외국에서 대학 1~2학년 다닌 학생들이라고 들었다” 등이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은 “길 가는 사람, 삼척동자한테 물어보라”며 “법관 카르텔이 어른들의 전관 공동체를 넘어 자녀들의 스펙 공동체로 세습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명 경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지명통보를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김회재 의원의 질문에 “비밀 서약 약정을 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라며 말을 흐렸다. 비밀 약정을 누구와 했다는 것인지 묻자 “용산…에서 검증하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에 비밀 서약서가 있었다”고 했다.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과정에 대해선 일체 비밀을…”하다 결국 “지명 통보는 (전화로) 했다”면서도 전화를 건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9일과 20일에 진행되며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홈페이지·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볼 수 있다. 화면은 19일 오전 청문회 중 최기상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9일과 20일에 진행되며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홈페이지·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볼 수 있다. 화면은 19일 오전 청문회 중 최기상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법원장 추천제, 개선 요구…행정능력 있는 사람이 법원장 돼야”

이외에도 “이재명 대표가 19일째 단식 하다 실려갔는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정치 보복 아니냐(김승남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친한 친구의 친구인데 더 친한 친구일 수도 있다(김승남 의원)” “우리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실형 판결 때문에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김형동 의원)” 등 특정 인물에 대한 질문이 재차 나와, 정작 대법원장으로서 이끌어 나가야 할 사법행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사법부의 최우선 과제로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꼽았으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재판 지연은 신화 속 괴물 히드라와 같아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근무 평정 유명무실화,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등으로 ‘열심히 일할 동력’을 잃은 법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장동혁 의원의 질문에는 “ 대법원장이 된다 하더라도 제 혼자 생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사법부 구성원, 법조계, 변호사회 등 각종 단체 의견 수렴하겠다”고 했다.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선 “내부에도 개선의 목소리 요구들이 있기 때문에, 사법행정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법원장이 돼 더 나은 법원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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