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즌 개막전이 열린 잠실 야구장. 2년 뒤엔 돔구장이 새롭게 지어진다. 연합뉴스
서울 구단이 서울에서 야구를 못 할 수 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잠실돔 구장 건축 기간 대체구장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최악의 경우 수원이나 인천에서 셋방살이를 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18일 송파구 잠실에 돔구장을 포함, 한강과 연계한 수변생태문화공간인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를 2031년 말까지 조성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인 로저스센터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호텔과 연계된 3만석 규모 폐쇄형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는 공사기간 동안 LG와 두산이 쓸 야구장이 없다는 거다. 야구장과 농구장 등 기존 체육시설 대부분을 해체하지만, 주경기장은 보존한다. 1988 서울올림픽이 열린 역사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두 구단은 새 구장 건축기간에 주경기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쓰는 방안을 제안했다.
종합운동장에서 야구 경기가 열린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1932년 LA 올림픽이 열린 메모리얼 콜리세움이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MLB) 브루클린 다저스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1958년 LA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다저 스타디움을 새로 짓는 4년 동안 콜리세움을 홈으로 썼다.
올해 6월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AP=연합뉴스
2012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이자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의 홈 구장 런던 스타디움에서도 MLB 런던 시리즈 경기가 두 차례 열렸다. 종합운동장은 야구장과 달리 직사각형이라 비대칭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지만, 경기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울시는 안전 문제를 들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주변 공사가 진행되면 대체 구장으로 가는 길은 거의 다 차단된다. 9호선 봉은사 쪽 동선이 있으나, 폭 5m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으로만 인파가 오가면 사고가 불가피하다는게 재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쓸 수 있는 대체구장은 키움 히어로즈가 사용 중인 고척스카이돔과 히어로즈가 2015년까지 사용했던 목동구장이 있다. 하지만 두 구장 모두 적합하지 않다.
고척돔은 공연을 비롯한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올해도 프로야구가 열리는 3월~10월에 열 한 차례 행사가 열렸다. 준비기간을 포함해 보통 3~5일 정도 대관하기 때문에 두 팀이 홈으로 쓴는 거 불가능에 가깝다. 부지가 좁아 추가적으로 라커룸과 클럽하우스 등 구단 시설을 만들기도 어렵다.
목동구장은 소음과 조명으로 인한 민원이 잦다. 히어로즈가 쓰던 시절에도 주민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현재는 아마야구 경기가 열리는데 야간 경기를 못하고 있다. 시설 자체도 낙후돼 프로 팀이 둘이나 쓰긴 어렵다. 차명석 LG 단장은 "목동을 쓰려면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방음벽을 세우고, 그라운드나 조명 방향을 고치면 된다. 그런데 2년 안에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엔 서울을 떠나야 한다. KT 위즈가 쓰는 수원구장이나 SSG 랜더스의 안방인 인천 문학구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관중 동원 및 마케팅 측면에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기존 구단들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현재 프로 경기가 열리지 않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도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LG와 두산, KBO는 지하철 잠실종합운동장역 쪽 통로를 이용하자는 주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이마저도 어렵다고 답했다. 공사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워도, 차선책을 찾아달라는 게 야구계의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