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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 증인에 "도움 받을 수 있을까"…이재명 영장 입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에 이 대표가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재판 증인에게 “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며 적극적으로 허위 증언을 요구한 정황을 적시했다.

1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가 10쪽에 걸쳐 적혀있다. 이 대표는 2002년 KBS PD가 검사를 사칭해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과 통화·녹음하는 것에 가담하고, 허위사실을 신고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잘못한 게 없는데 누명을 썼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해 또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백현동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중 이 대표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의 측근이자 김병량 시장 비서 출신 김모씨에게 위증을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일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혹시 내가 김 비서관한테서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라고 말했다. 최측근인 정진상씨 등을 통해 김씨에게 재판 증인이 돼줄 수 있겠냐는 의사를 타진한 뒤, 이 대표가 직접 김씨를 접촉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이 매우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런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정도”,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워야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라며 김씨에게 증언을 요구했다. 김씨가 “어떤 취지로 그 (증언)해야 하는지 한번”이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네네. 내가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혹시 텔레그램 써요?”라며 “텔레그램으로 보내드릴게요. 제가 얘기한 내용들 있으니까 그거 한번 보시고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어떤 식으로 (증언)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말을) 해주시고, 제가 거기 맞춰서 해야죠”라고 호응했다. 이후 이 대표의 주장이 담긴 변론요지서가 김씨에게 전송됐다.

지난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전 민주당 의원들이 복도에서 지원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전 민주당 의원들이 복도에서 지원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대표는 이틀 뒤 김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김씨가 변론요지서를 읽었다고 하자, 이 대표는 “제가 우리 김 비서님한테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 건”, “모두가 나를 잡아넣는 데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의 얘기가 오간 걸로”, “뭐 십수 년 지난 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당시에 KBS 측과 성남시 측의 논의가 많았다, 이 정도를 누군가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며 요구 사항을 말했다.

통화 도중에 김씨는 “애매한 게, 그때는 제가 (성남시) 밖에 나와서 내부에서 누가 KBS랑 연결됐을지 모르는데 (성남시에 근무한) 일정이 애매할 수 있을 거예요”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면서 “김 비서관님, 그건 꼭 좀 부탁드릴게요. 세부적인 건 모르지만 어쨌든 이재명을 걸어 넣어야 할 입장이었다”라며 반복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부탁했다. 이후 2019년 2월 김씨는 이 대표 재판에 출석해 “김병량 성남시장과 KBS 측이 담당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이재명 쪽으로 책임을 몰기로 협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檢, “위증교사와 백현동 특혜는 품앗이”

한편 영장 청구서에는 이 대표가 ‘인섭이 형님’을 거론하며 백현동 사업을 당부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년 3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백현동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정진상 전 실장)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써줘라”고 말한 것으로 영장 청구서에 적혀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와 김인섭씨의 관계를 상세히 서술했다. 이 대표는 2005년 김씨에게 “형님, 제가 내년에 성남시장 출마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고, 이듬해 김씨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할 때 김씨가 위로차 방문한 정황도 영장에 넣었다. 이 때 이 대표가 김씨에게 “형님, 나 때문에 고생 많습니다”라고 위로 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 김씨 장녀 결혼식장에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포함한 성남시청과 그 산하기관 공무원 70명이 축의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정진상 전 실장은 2014년 초 김씨로부터 “백현동 개발을 하려고 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시도 내렸다는 것이다. 2015년 3월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에게서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김인섭씨의 청탁을 정 전 실장을 통해 듣고 성남도개공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백현동 사업에서 성남도개공이 배제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그게 언젯적 얘긴데 진상이가 말 안 했느냐. 정 실장과 인섭 형님이 다 얘기하고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김진태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장과 김은혜 의원 등이 2021년 11월2일 특혜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려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진태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장과 김은혜 의원 등이 2021년 11월2일 특혜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려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은 특히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가 밀접하게 얽혀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위증교사는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한 특혜 제공으로 김인섭과 그의 공범인 김모씨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에 대한 ‘품앗이’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현대아산, 방북비용 전례 있다” 하자, 이재명, “잘 진행 해보라”

검찰은 800만 달러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선,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 혐의가 있다고 보면서 이 대표가 방북을 위해 쌍방울에 300만 달러 대납을 직접 지시·승인했다고 봤다. 2019년 7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방북을 위해선 통상 북에서 의전 비용을 요구하는데, 그 전에도 현대아산에서 비즈니스적으로 방북 비용을 처리해준 예가 있다”며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현재 대북사업을 하고 있어 (이재명) 지사님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영장에는 이 대표가 대납을 지시하면서 “잘 진행 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기재돼있다.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해결사’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2019년 12월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대북사업을 하며 지사님 방북도 같이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과 계약도 체결하고 돈도 100만∼200만 달러 보내고, 일이 잘되는 것 같다”며 “내년 초에는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했다고 파악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고생하셨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포함돼있다.

검찰은 스마트팜 비용, 방북비용 대납이 이 대표의 지시나 승인을 거쳐 진행됐다 표현을 여러 차례 구속영장에 썼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후 경기도에선 과장·국장 전결로 끝나는 사안이라도 도지사 비서실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가 되고 있었다”며 “방북과 같은 경기도 대북사업 관련 사안은 모두 피의자(이재명)에게 보고되고 있었음이 자명하다”고 했다.

이외에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500만 달러가 5조가 될 수도 있으니 500만 달러가 아닌 5000만달러라도 베팅하라(2018년 12월)”, “쌍방울그룹은 30대 재벌이 무조건 된다”(2019년 5~6월)며 적극적으로 스마트팜 및 방북비용 대납을 요구하면서 대가를 제시한 정황도 적시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2차 수사 사건 혐의들 그래픽 이미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 1.2차 수사 사건 혐의들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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