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창업자가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 관련 창업팀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한 회사도 설립했다. 이름은 그란데클립. 일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제품화하는 회사다. 김 창업자는 지난 16일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창업 소식을 공개했다.
무슨 일이야
김봉진 창업자는 이날 서울시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의 토크쇼에서 ‘그란데클립’(grandeclip) 창업 사실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 밝혔다. 김 창업자는 “일단 모여서 리서치(연구)를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처럼 큰 사업보다는 알찬 중소기업 여러 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토크쇼는 현대카드 문화 행사인 ‘다빈치 모텔’의 둘째 날 일정으로 ‘브랜딩하는 CEO VS 경영하는 디자이너’란 주제로 진행됐다.
이게 왜 중요해
한국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쓴 김봉진의 연쇄 창업으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선 상징적인 행보다. 김 창업자는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지난 2020년 12월 글로벌 배달서비스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4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 창업자가 글로벌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첫 사례였다. 김 창업자는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7월엔 우아DH아시아 의장직도 사임하며 새 출발을 예고했다. 회사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선언한 7월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했던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디자인 분야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란데클립, 어떤 회사야
이날 김 창업자는 “회사를 작게 하나 만들어 제 통장에서 월급을 주고 있다. 그란데클립이란 이름의 회사”라며 “작은 클립을 크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일한 친구들과 다시 모여 리서치를 하고 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투자 관련 이들이다. 배민처럼 큰 사업보다 알찬 중소기업을 여러 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에 정 부회장이 “외부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안 가냐”고 묻자 김 창업자는 “싱가포르에도 팀이 있다. 한국팀과 싱가포르팀이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새로운 회사의 수익모델을 묻자 김 창업자는 “1년 정도 리서치를 할 생각이다. 브랜딩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다”고 했다. 그란데클립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를 모토로 “클립처럼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서 가치를 찾아 의미있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모인 팀”이다. 홈페이지에는 “그란데클립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고 제품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소개돼 있다.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와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진행할 프로덕트 엔지니어, 디자이너, 기획자 등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정태영·김봉진은 무슨 얘기 나눴나
정 부회장과 김 창업자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해 대담했다. 정 부회장이 “주변에 브랜딩과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냐”고 묻자 김 창업자는 “브랜딩은 철학을, 마케팅은 전략을 붙인다는 점이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철학은 내가 누구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바라보는 것으로, 브랜드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이라면서 “반대로 마케팅은 전략이고 전쟁이다. 전략은 상대방을 속이는 기술로, 마케팅은 상대방이 꼭 필요하다(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서체 마케팅’에 대한 상반된 의견으로 눈길을 끌었다. 배민은 글씨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지만, 현대카드는 서체 배포에 부정적이다. 김 창업자가 “(기업 서체를) 카피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성공의 척도”라고 말하자 정 부회장은 “배민은 구글스러운 접근이고 나는 애플스러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모바일 기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 김봉진 전 의장이 연쇄 창업자로 나서는 건 창업 생태계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아시아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