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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집값 통계조작, 총선 직전 서울→수도권 확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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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사원이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사건’ 중간감사 결과 발표에서 가장 주목한 시기가 있다. 21대 총선 두 달 전 2020년 2월 둘째 주부터 총선이 열린 4월 둘째 주 사이 10주간이다.

감사원은 그해 2월 수도권에서 부동산값 급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늘자 부동산 통계 사전보고 범위를 기존 ‘서울 매매’ →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매매 및 서울 전세’로 확대해 조작했다고 봤다. 수도권 표심을 잡으려고 ‘통계 마사지’로 집값을 눌렀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감사원은 발표문에도 “청와대는 여당에 대한 여론 반발을 우려해 수도권 규제지역 지정 등 대책을 4·15 총선 이후로 미루면서 10주간 국토부·부동산원에 수도권 집값 변동률을 사전 보고케 하고 상승 사유를 반복 확인하며 하락을 압박해 조작했다”고 명시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총 94회의 문 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사례엔 총선 직전 수도권 집값 통계조작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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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따르면 총선 기간 조작의 출발점은 2020년 2월 16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였다.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는 수원·성남·안양·의왕·용인 등 수도권 내 20여 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대폭 확대하는 정부 안을 들고 갔다. 규제지역 대부분이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벨트’라 불린 21대 총선의 접전지였다.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정부는 회의 나흘 뒤 수원·안양 등 5개로 조정대상지역을 대폭 축소한 부동산 규제안을 발표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민주당은 결국 수도권 의석 121석 중 103석을 싹쓸이했다. 정부는 두 달 뒤 수도권 20여 개 지역을 ‘투기과열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6·17대책을 발표했지만 총선 뒤엔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정책 효과가 먹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2020년 8월 주택임대차 3법 도입 이후엔 ‘매매 → 전셋값’으로 통계조작을 확대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집값 폭등과 통계조작을 우려하는 내부 실무진들의 문자메시지·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그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값을 잡아 왔다”(2019년 ‘국민과의 대화’)며 자신감을 표명하자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0년 10월 감사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결과 발표에 이어 산업부 공무원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자 국토부 실무진 사이에선 “국토부판 원전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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