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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이 '국회회기 전 거취정리를' 압박" 블랙리스트 의혹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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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앞선 정권에서 임명된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정기국회 회기'를 기한으로 제시하며 사퇴를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임현동 기자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임현동 기자

손 전 이사장은 2017년 8월14일 조 전 장관이 전화로 "9월1일 국회의 새 회기가 시작된다. 아무리 늦어도 그전까지는 거취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이사장은 2017년 7월에는 천해성 당시 통일부 차관으로부터 "정권이 바뀌면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은 사퇴하는 게 관례"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천 전 차관의 말에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하고 즉각 사의를 표명하지 않자 조 전 장관이 재차 사퇴 압박을 했다는 취지다.

손 전 이사장은 실제로 그해 8월31일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사임했다. 그는 "당시 천 차관과 조 장관의 압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2017년 8월1일 자로 통일부에서 작성한 '재단 이사장 동향 및 검토 보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건에는 "올해가 5개월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장 입장 표명 필요", "필요시 '전 정권 낙하산 인사, 경영관리 미흡' 등 지적 압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보고서 내용이 실현되진 않았지만, 당시 증인(손 전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압박이 됐을 것 같나"라고 물었고 손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조 전 장관이 '사표를 제출하라'라고 직접 말했느냐", "발언에 '사표'나 '거취 표명'이라는 단어가 있었느냐"고 거듭 물었다. 거취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려는 의도의 질문이었는데 손 전 이사장이 사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다.

이에 손 전 이사장은 "사표, 거취 문제라는 단어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당시 장관이 전달한 메시지는 국회 회기 시작 전 사표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사실관계와 관련해 손광주 전 이사장(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에게 사표를 지시한 적도 없고, 직접 전화해 사표 제출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직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다이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더불어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58),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71) 등 전직 장관 3명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66)과 김봉준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55)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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