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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野 대표 단식에 체포동의안 응수…참 잔인하고 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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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했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이재명 대표의 병원 이송 소식을 전하며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참으로 잔인하고 비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인지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민정부가 세워진 이래 이렇게까지 오만하고 교만한 정권이 있었나. 이 모든 상황을 국민들께서 빠르게, 매섭게 판단하고 심판하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서도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며 “민주당은 그런 허술한 올가미에 걸려들 정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43분 분량의 연설 대부분을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국무총리 해임 ▶내각 총사퇴 ▶전면적 인적 쇄신을 거듭 요구하며 “지금의 국정기조, 인사, 시스템을 모두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통령께서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법치의 위험선, 상식의 위험선, 보편적 가치의 위험선을 다 넘었다”고 주장하며 “국민은 야당에 협력을 구하고 야당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말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지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사사롭다. 한풀이 같다”고 비난한 대목에선 여당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 4개월인데 언제까지 무슨 일만 생기면 전임 정권 탓만 할 건가. 감사원은 정치감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에 대해선 “사실상 대통령이 구청장 후보를 사천(私薦)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정부를 비판할 때마다 격하게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가 “수산업자의 한숨 소리가 들리나”라고 묻자 여당 의석에서 큰 웃음소리와 함께 “(어려움을) 누가 만들었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선생님들 목소리가 들리시나”라고 묻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민주당 정권이 (이렇게) 만들었잖아요!”라고 외쳤다.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여당 의석에서 “파업 천국을 만든다”는 반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과제로 “대통령 결선투표제,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를 도입하는 최소 개헌”을 제안했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선 “먼저 위성정당 원천 금지, 거대 양당 독식 타파, 비례성 강화, 다양한 소수정당 원내진입 촉진 등 네 가지 원칙을 합의하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걸 “기술패권 시대와 동떨어진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으로 재조정하고, 복지재정 정상화, R&D 예산과 청년 일자리 안전망 예산 복원을 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모든 야당과 공동으로 새 예산안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무총리 해임’, ‘내각 총사퇴’ 피켓을 붙이고 자리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은 20번에 걸쳐 박수를 쳤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연설 직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상황을 윤석열 정부에 전부 책임을 돌렸는데, 정치가 실종되고 국회가 마비되는 그 원인 제공에 대한 말씀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교섭단체 연설이 아닌 대정부 투쟁 선언이었고, 국무총리 해임결의안 제안설명이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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