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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골 카드 '내각 총사퇴'…MB때도 朴때도 안 통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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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전면적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즉시 제출한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박광온 원내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의 첫 대목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17일째였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검찰 독재에 맞서는 총력 투쟁을 선언한다”며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간 개별 민주당 의원이 ‘내각 총사퇴’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단식 17일차를 맞는 이재명 대표의 건강을 우려, 대책을 논의했다. 뉴스1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단식 17일차를 맞는 이재명 대표의 건강을 우려, 대책을 논의했다. 뉴스1

과거에도 ‘내각 총사퇴’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국정 운영의 책임을 부각하기 위해 종종 꺼내 든 카드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6월 2일 민주당은 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관보 게재 연기를 요구하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한 달째 이어지던 촛불집회에서 시위 참여 여학생이 전경에게 밟힌 장면이 보도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에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를 포함한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 전원이 6월 10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일괄 사의를 표했지만, 한 달 뒤 단행된 개각은 교육과학기술부·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 등 장관 3명 교체에 그쳤다. 민주당은 “국민 기만”이라고 반발했으나, 다음날 곧바로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특위 구성을 조건으로 국회 등원에 합의했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참사 사건이 발생한 2009년 1월 20일 원혜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최측근 원세훈 전 장관에서 이달곤 당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교체했다.

쇠고기 촛불집회 때나 용산 참사 때는 그나마 집권여당이 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 야당의 요구에 일부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후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직후인 2009년 6월, 또 2010년 5월 천안함 침몰 민·군합동조사단 발표 직후에도 또다시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으나, 이때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1 야당’ 민주당 지도부가 과거 마지막으로 내각 총사퇴를 직접 요구한 건 2014년 2월이다.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을 때다. 전병헌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박근혜 정부 내각의 총사퇴를 직접 요구했다. “검찰의 부실 수사와 예견된 공소 유지 실패가 윤석열 수사팀장을 교체한 이유이고 결과”라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황교안 당시 장관은 교체되기는커녕, 이듬해 5월 국무총리로 임명돼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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