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느니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는 게 낫다.”
일부 종목을 사는 것보다 전 종목을 담는 게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코스피가 2500대에 갇히고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특정 산업군 내에서도 특정 종목만 오르는 장세가 이어지자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담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12조4395억원에서 지난달 말 26조5247억원까지 두 배 이상 불었다. 이달에도 자금이 꾸준하게 유입돼 지난 15일 기준 순자산은 27조9843억원이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따라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정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능동적으로 투자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택하는 액티브 펀드와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의 장점을 합친 상품이다.
예컨대 나스닥 100을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엔비디아를 전체 포트폴리오 중 4.2%만 담을 수 있지만, 액티브 ETF는 엔비디아의 비중을 15% 이상 담을 수 있다. 올해 초 AI 열풍을 펀드매니저가 예측해 투자 비중을 높였다면, 패시브 ETF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액티브 ETF 시장은 2017년 상장한 채권형 ETF 위주로 형성돼 왔다. 올해에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 ETF 등 채권형이나 단기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주식형 액티브 ETF는 2020년 9월에야 증시에 입성했다. 그럼에도 최근 2차전지와 반도체, AI, 바이오 등 시장 주도주를 선별해 담는 주식형 액티브 ETF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몸집도 커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주식형 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지난 15일 기준 1조5149억원으로 3개월 사이 26.9%(3211억원)가 불었다. 주식형 액티브 ETF 43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27.78%로 주식형 패시브 ETF 평균 수익률(19.34%, 298개)을 앞질렀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투자자의 선호와 필요가 다양해지며 지수화할 수 없거나 운용의 유연성이 필요한 ETF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맞춤형 ETF가 만들어질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올해 연초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액티브 ETF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다. 이 기간 수익률은 77.32%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61.82%)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플랫폼액티브’(59.28%)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을 따지면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14.26%),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11.92%), KODEX K-로봇액티브(11.83%) 등의 순이다. 대부분 2차전지와 AI 등 시장을 주도했던 산업군의 주식을 포함한 ETF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김남의 ETF본부장은 “시가총액 등 정해진 방식과 정해진 기간에만 포트폴리오 변동이 있는 패시브 ETF보다 시장 흐름에 맞춰 주도주를 빠르게 넣거나 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점이 액티브 ETF의 큰 장점”이라며 “다양한 투자 자산과 섹터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가 더 많아지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서 액티브 ETF의 경우 미국과 달리 비교지수를 70% 이상 추종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초과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남 본부장은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보다 수수료가 비싼 만큼 수수료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비교지수 대비 성과는 어떤지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