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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청렴성 문제 없다면, 법관의 투자 비난은 부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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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균용

이균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현재 사법부에 대해 “이대로 간다면 법원의 분쟁해결 기능 부전(不全)에 빠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난 6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현재 법원은 재판지연으로 인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재판 지연 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법관·재판연구관 증원, 법관 보상체계, 재판제도 효율 개선 등을 제시했다. 법조일원화로 외부에서 경력을 쌓아 들어오는 경력법관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김명수 체제가 시도했던 대법관 증원에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현재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가 너무 많아 본래의 대법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관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차원이다. 이 후보자는 “상고심사제 등 상고심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우리나라에서 주요 선거와 관련한 (재검표·무효)소송 등은 대법원으로 직행해 재판하는 단심(單審)제로 진행되는데, 이것 또한 대법원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일본처럼 고등법원에서 1심을 사실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심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이념 성향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명문화하는 문제에 대해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민주적 항쟁으로, 상징적 의미를 고려할 때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업적은 평가되어야 하나, 민주주의 훼손,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도 있지만 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압수수색 사전심문절차 도입 등에는 공감하는 취지를 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합법적인 행위마저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재산신고 누락 등 논란에 대해 “법관으로서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아닌 한 법관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72억원에 달하는 신고 재산은 19~20일 열리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 두 자녀가 2000년부터 소유한 10억원 규모의 처가 가족회사 주식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처음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2000년에는 가족 모두가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 당시에는 가족 구성원이 보유한 다른 주식이 없었다”며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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