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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벼와 전기가 함께…'수익 6배' 끌어올린 태양광 틈새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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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태양광 모듈 아래 벼가 자라고 있다. 이희권 기자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태양광 모듈 아래 벼가 자라고 있다. 이희권 기자

지난 13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안에 있는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1980㎡(약 600평) 규모의 논과 밭에 파·배추·벼가 가득 차 있었다. 여느 논밭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작물 위로는 5m가 넘는 기다란 태양광 발전 설비가 우뚝 솟아 있다. 마치 지붕과 울타리처럼 논밭을 감싸고 있어 유리온실을 연상케 했다.

국내 태양광 발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기업들도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찾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모델이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현재 전국 77곳에서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영농형 태양광 모델은 농사와 전기 발전을 동시에 진행하면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에서 착안했다. 영남대 실증단지는 2019년 한국동서발전이 조성했다. 총 100㎾(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연구 중이다. 연간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국내 가정용 기준 140여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모듈 아래에서 농작물을 길렀을 때 그늘에서 자라는 만큼 수확량은 일반 농지와 비교해 20%가량 줄어든다”며 “하지만 전력 생산을 통해 농지 전체의 생산성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650평의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운영하고, 벼농사와 병행할 경우 최대 986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벼농사만 지었을 때 수익인 160만원의 6배에 달한다. 농지에서 생산한 전기는 판매할 수도, 다시 작물 재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10년 새 무차별적으로 늘어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산림 파괴나 산사태를 불러온다는 오명을 쓰면서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발전 모델로도 꼽힌다. 태양광 발전뿐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햇빛을 투과해 농작물도 길러야 하는 만큼 모듈 생산에 있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태양광 설비에 맞서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태양광 모듈 옆에 놓인 벼가 자라고 있다. 이희권 기자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태양광 모듈 옆에 놓인 벼가 자라고 있다. 이희권 기자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들은 양면형·수직형 모듈 등 작물 재배와 병행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모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아직은 영농형에 최적화한 모듈 제작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농가에서도 도입이 가능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학 교수는 “태양광 모듈이 여름철에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면서 “작물 종류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더 잘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농지법상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운영 기간이 최장 8년에 불과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태다. 영농형 태양광 수익 배분을 둘러싼 땅 주인과 임차농 사이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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