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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 수장고 전시작 20점, 컬렉터 울리 지그가 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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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삼송에 위치한 자신의 수장고 안에 포즈를 취한 이수경 작가. [사진 페이지갤러리]

고양시 삼송에 위치한 자신의 수장고 안에 포즈를 취한 이수경 작가.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선정한 20점 중 하나인 이수경,번역된 도자(Translated Vase). 2023, TVGKSHW 1, 2023 Ceramic shards, epoxy, 24k gold leaf 134x63.5x72.5 cm[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선정한 20점 중 하나인 이수경,번역된 도자(Translated Vase). 2023, TVGKSHW 1, 2023 Ceramic shards, epoxy, 24k gold leaf 134x63.5x72.5 cm[사진 페이지갤러리]

지난 6~9일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서울과 키아프서울이 열리는 동안 행사장만큼 분주한 곳이 있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에 자리한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실이다. 이 기간에 한국을 찾은 해외 미술관·갤러리 관계자와 패트런(미술관 후원자)들은 일정을 쪼개 각각 관심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이수경 작가, 프리즈 때 수장고 개방 #작가와 15년 인연, 이미 5점 소장 중 #지그 "한국미술 다양하게 소개했으면"

이 기간에 수장고를 개방한 작가도 있었다. 깨진 도자 조각을 이어 붙인 작품으로 유명한 이수경 작가다. 지난 6~9일 그는 경기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 안에 자리한 수장고에서 작품 20여 점을 공개했다. 그런데 전시 작품을 선정한 인물이 특이하다.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전 북한 스위스 대사인 울리 지그(Uli Sigg·76)다.

이 작가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그 선생은 2008년 제 대형 회화를 구입한 이래 한국 방문 때마다 작업실을 찾았다"며 "그는 제가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작업하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지난 6월 DMZ 근처에 보관했던 작품 1500여 점을 이전하며 그와 서신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작품 선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해외 손님에게 보여줄 작품 목록을 해외 컬렉터가 고르게 한 것이다.

지그가 고른 작품엔 201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현지 프로젝트를 위해 완성한 '가장 멋진 조각상 키이우, 우크라이나'와 올해 제작된 '번역된 도자' 등이 포함됐다. 이 작가는 "지그 선생은 작품 보는 안목이 독특했다. 특히 작가인 제게 초심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서 지그 선생의 지원으로 18세기 이태리 도자 파편으로 작업했으며, 후에 이 작품은 카포디몬테 미술관에 소장됐다. 그는 단지 콜렉터가 아니라 작가의 예술 행보에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제겐 멘토와 같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수장고 전시는 해외 미술 기관에 제 작업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LACMA(LA카운티 미술관) 관계자 등 여러분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전 북한 스위스 대사 울리 지그. [사진 페이지갤러리]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전 북한 스위스 대사 울리 지그.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이수경 작가의 수장고 전시를 위해 선정한 작품 중 하나. 이수경, Flame Seed 2021_1, 2021 Cinnabar on wood panel, 100x100 cm. 이수경 스튜디오.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이수경 작가의 수장고 전시를 위해 선정한 작품 중 하나. 이수경, Flame Seed 2021_1, 2021 Cinnabar on wood panel, 100x100 cm. 이수경 스튜디오. [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이수경 작가 수장고 전시를 위해 골라준 작품 중 하나. '가장 멋진 조각상 키이우, 우크라이나', 2012,[사진 페이지갤러리]

울리 지그가 이수경 작가 수장고 전시를 위해 골라준 작품 중 하나. '가장 멋진 조각상 키이우, 우크라이나', 2012,[사진 페이지갤러리]

이수경, 번역된 도자(Translated Vase)_2015 TVB_The Other Sid of the Moon 5, 2015, Ceramic hards, epoxy, 24k gold leaf, 58x60x55cm. [사진 페이지갤러리]

이수경, 번역된 도자(Translated Vase)_2015 TVB_The Other Sid of the Moon 5, 2015, Ceramic hards, epoxy, 24k gold leaf, 58x60x55cm. [사진 페이지갤러리]

지그는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중국 현대미술 수집가다. 1970년대 말 재직 중이던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사(쉰들러)에서 중국 담당자로 발령받으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중국에 갤러리나 딜러가 없던 시절 작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30여 년간 작품을 모은 그는 2012년 작품 약 1500점을 2012년 홍콩 M+ 뮤지엄에 기증했다.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 현대미술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흐름을 읽게 하는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세계에서 지금 중국 현대 미술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곳은 그곳(M+ 뮤지엄)뿐"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중국, 북한, 몽골 주재 스위스 대사로도 재직한 그는 한국 현대미술도 수집해왔다. 2021년 스위스 베른미술관에서 컬렉션 전시를 통해 남북한 미술을 한 데 선보였다. 이 전시에선 박서보·정상화 등 단색화 작가와 이세현·김인배·이이남·정연두·신미경·전준호 등 한국 현대 작가 14인의 작품 40여 점과 함께 북한 미술 7점이 소개됐다.

이 작가의 작품 컬렉터이기도 한 그는 이번 수장고 전시를 위해 2012년 우쿠라이나 키이우 현지 프로젝트를 위해 완성한 '가장 멋진 조각상 키이우, 우크라이나'와 2017년 DMZ 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인 '그곳에 있었다:DMZ 프로젝트 2017' 등을 골랐다.

지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가의 변화한 내면이 잘 드러난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며 "자신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의 용기와 대범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 하나로는 작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저는 한 작가를 정해서 여러 작품을 소장한다"며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작가를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미술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높은 반면 한국 미술이 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단색화 작가들이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더 젊은 세대의 작가들 작품이 보다 다양하게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수경은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세르누치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여는 데 이어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그룹전에서 '달빛왕관'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 프리즈서울에서 이 작가 작품을 눈에 띄게 전시해 주목 받은 마시모 데 카를로 갤러리는 오는 11월 파리에서 이수경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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