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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왔다 집 못 가""수십번 새로고침" 열차표 구하기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17일 서울역 전광판에 좌석 매진 과 잔여 입석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17일 서울역 전광판에 좌석 매진 과 잔여 입석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결혼식 왔는데 집 가는 열차표 못 구해”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 나흘째인 17일 오후 충북 청주 KTX오송역. 승객 중에는 주말을 이용해 애경사 참석이나 여행, 친지 집을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 이날 경남 창원 마산역에서 결혼식 참석차 청주에 온 남모(71)씨는 “올라오는 표는 현장 발권으로 겨우 구했지만, 마산행 열차표는 아직 구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철도노조 파업으로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경부·호남선 열차가 정차하는 오송역은 평소 대비 KTX 운행률이 약 70%에 그쳤다. 대합실 전광판에는 “열차운행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 알림이 수시로 떴다. 실제 제천행 무궁화호 열차와 서울행 KTX 몇몇 열차가 ‘운행 중지’라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발 시각에 임박해 취소된 표를 구한 20대 남성은 “운이 좋았다”며 안도했다.

청주 사촌 집에 왔다는 최모(24)씨는 “어제 수서역에서 오후 3시30분 열차를 타고 오송역에 왔다”며 “철도공사 모바일 앱을 수십차례 새로고침한 끝에 남은 표 한장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박모(27)씨는 “표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탈 수 있는 열차가 제한적이라 약속 시간을 잡기가 난감하다”며 “주말에 외지로 나가는 친구들이 열차 표를 구하지 못해 버스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사흘째인 지난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사흘째인 지난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참가율 29.5%…운행 계획량 70% 수준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이날 오전 9시 기준 파업 참가자는 출근대상자(2만7305명)의 29.5%인 8058명에 달한다. 파업 영향으로 여객·화물·수도권 열차를 합한 운행률은 같은 시각 평시대비 80.1%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레일 측이 계획한 이날 하루 전체 운행계획량은 71.7%에 불과해 늦은 오후엔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승객들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운행률이 저조한 열차는 KTX(66.9%)·새마을(56.8%)·무궁화(62.6%)·누리로(62.5%) 등이다. 수도권 전철은 하루 1846대에서 이날 1398대를 운행해, 75.7% 수준이다.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간 이동을 담당하는 여객 열차 운행 편수가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부산역 고속철도(KTX) 운행률은 70%대를 보였다. 오전 9시 기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KTX는 평시(31회) 대비 77.4%(24회) 운행률을 보였다. 이날 경부선 KTX 전체 운행 계획도 87회로, 평시(129회)와 비교하면 운행률이 67.4%에 불과한 상황이다. 코레일은 파업으로 운행을 중지하기로 했던 경부선 KTX 중 6회를 이날 임시 운행하기로 했다. 부산 출발~서울 도착, 서울 출발~부산 도착 등 각 3회씩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1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1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 철도 운송 85% 감소…트럭에 의존 

호남선 승객도 열차표를 예매하지 못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KTX 전라·호남선은 94회에서 60회로, 일반열차 전라·호남·장항선은 96회에서 60회로 운행 편수가 줄었다. 화물열차 운행 횟수도 하루 22회에서 6회로 감축됐다. 이 때문에 오후 3시 현재 광주송정역과 서울을 오가는 호남선 고속열차(KTX)는 야간에 출발 열차 1대(오후 10시30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됐다.

서울과 춘천으로 오가는 ITX-청춘도 운행 횟수가 줄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현재 용산~춘천행 11회 운행 가운데 대부분 좌석이 매진됐으며, 춘천~용산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은 전철을 타거나 시외버스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멘트 주산지인 충북 단양 시멘트업계는 철도를 통한 시멘트 출하가 평소보다 85%가량 줄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평소 하루에 100~120량가량 운송하는데 지금은 20량 정도 배차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철도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 육송 출하를 늘리거나 전국 시멘트저장소(사일로)의 재고를 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9시 파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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