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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찍힌 김여정 960만원 '디올 백'…그 자체가 北인권 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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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러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하는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은 현재 지속되는 식량난으로 인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이처럼 명품으로 치장하고 해외 순방에 나선 ‘백두혈통’의 모습은 그 자체가 참혹한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 동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프랑스 고가 핸드백으로 추정되는 가방(붉은 원)을 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 동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프랑스 고가 핸드백으로 추정되는 가방(붉은 원)을 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 15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관련 사진 수십장을 16일 보도했는데, 이 중 김정은이 러시아 측 인사와 인사를 나누는 사진에서 퀼팅 백을 들고 있는 김여정의 모습이 보인다. 김여정은 일행 뒷편에 서서 몸이 반쯤 가려진 채 사진에 찍혔다.

퀼팅 패턴 무늬와 장식 등으로 미뤄 해당 상품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브랜드로 추정된다. 제품명은 ‘LADY DIOR 라지 백(블랙 울트라 매트 까나쥬 송아지 가죽)’이다. 현재 이 상품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9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앞서 김정은의 딸 주애도 디올 제품으로 보이는 코트를 입고 등장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참관할 때 입은 검은 외투인데, 디올 상품이 맞다면 가격은 250만원 상당이다.

김주애가 미사일 발사 참관 당시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디올 외투가 쇼핑몰에서 19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사진 디올 홈페이지 캡처

김주애가 미사일 발사 참관 당시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디올 외투가 쇼핑몰에서 19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사진 디올 홈페이지 캡처

명품 브랜드가 맞다면, 이는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인민’의 안위는 아랑곳 않는 태도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올 1~7월 북한 내 아사자는 240여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최고위 지도층이 보란 듯이 명품을 걸치고 해외에 나간 건 유엔이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반인도범죄’로 규정한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방증하는 셈이다.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이 방명록에 글을 적을 때 사용한 만년필도 독일의 명품 만년필 브랜드 ‘몽블랑’ 제품으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서 펜 케이스 뚜껑 상단에 몽블랑 앰블럼으로 추정되는 하얀 무늬가 보인다. 제품에 따라 가격은 100만원 내외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 16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군 기지에 방문해 방명록을 적을 때도 같은 만년필을 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에서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따.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에서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따.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해 방명록을 적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해 방명록을 적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이런 명품들은 북한 주민들의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대북 제재 위반 소지도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는 수차례에 걸쳐 사치품의 대북 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만년필과 여성용 백이 금지 품목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2017년 나온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결의 이행 지침서는 “북한으로의 반입이 금지되는 사치품은 나열된 품목에만 제한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재위에서 보는 사치품의 기준은 특정 품목이 아니라 ‘북한 일반 주민들이 해당 물품을 살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북한 주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42만원 정도다. 북한 일반 주민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버는 돈을 다 모아도 김여정이 든 것으로 보이는 디올 백을 사려면 7년 가까이 걸린다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전용차량을 타고 출발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전용차량을 타고 출발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이번에 김정은이 러시아까지 공수해간 전용 방탄 차량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역시 제재 위반으로 수차례 지적된 수입 차량이다. 김정은은 이번 방러길에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해외여행이 금지된 인물을 대동하는 등 대놓고 제재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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