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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숨은 그림은 '돈'…'러 무기공장'으로 전쟁특수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은 한반도 및 유럽의 정치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4년 5개월 만에 열린 이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은 한반도 및 유럽의 정치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숨은 전략은 무기뿐 아니라 ‘돈 계산’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노려 북한이 러시아의 배후 무기 공급처로 자리해 경제난 탈출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5일 중앙일보에 “첨단 기술 협력은 엄밀히 말해 북한의 민수 경제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포탄 수출은 러시아에 풍부한 밀 등 식량, 정제유와 교환할 수 있다. 북한 경제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도 “김정은은 푸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동시에 무기 거래를 통해 식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역외 무기공장’ 노린다

앞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양국 관계를 ‘전략적’으로 격상하고 군사 협력을 논의했다. 서방 진영에선 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나 핵·미사일 개발 관련 핵심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김 위원장의 노림수엔 이에 더해 포탄 한 발이 아쉬운 러시아의 ‘역외 무기 공장’ 노릇을 북한이 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방위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약 200만 명”이라며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확대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38노스는 “북한이 기존의 탄약 비축량을 러시아에 매각하는 형태인지, 혹은 장기간에 걸쳐 수출용 무기를 생산한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후자라면 대규모 무기 제조·판매가 북한에 수출 소득을 가져다줄 것이고, 이는 경제를 부양하기에 충분하다”고 짚었다.

군수 경제 국가인 북한은 전국 곳곳에 군수 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180곳 가운데 98곳은 총기·대포·탄약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당장 급한 무기들이다. 38노스는 러시아의 주문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강계 뜨락또르(트랙터) 종합공장, 미사일 박격포 탄두를 만드는 2·8기계공장”을 거론했다. 이들 공장은 1만 2000명의 근로자를 두고 있다. 무기 공장이 집중된 북부 자강도도 수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러시아와 무기체계 같아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를 공격했을 때 사용했던 122㎜ 방사포탄의 파편. 중앙포토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를 공격했을 때 사용했던 122㎜ 방사포탄의 파편. 중앙포토

6·25 당시 남침을 앞두고 소련의 군사 지원을 받았던 북한은 러시아와 무기 체계가 같다. 북한이 러시아에 몰래 주고 있는 122㎜짜리 방사포탄(다연장로켓포탄)이 대표적이다. 북한이나 러시아나 구경이 동일해 호환 사용이 가능하다. 옛 소련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항해 만들었다가 지금은 없어진 옛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동구권 회원들도 같은 규격의 포탄을 쓴다. 반면 나토와 한국 등의 포탄 규격은 105㎜, 155㎜다. 한국의 K-9 자주포탄이 155㎜다.

단 38노스는 “북한에서 무기 산업은 인민 경제(민간 부문)와 분리돼 국가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민간 부문의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본격적으로 무기 수출을 시작하면 서방 진영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이는 결과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북한의 군수 시설이 당장 포탄과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유지 관리돼 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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