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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만 290번, 4년7개월 만에…양승태 '사법농단' 1심 구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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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02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7년 구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접촉해 재판 결론에 따른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고 특정 판결을 요구·유도해 재판 독립 환경을 파괴했다.” (검사)

“정치 세력에 의한 사법부 공격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처럼 노골적이고 대규모로 끔찍한 공격은 없었다. 무고한 법관이 검찰에 불려가 치욕과 수모를 당했고 많은 이들이 상처 입고 법원을 떠났으며 왜곡·가짜 뉴스로 사법 신뢰가 훼손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재판이 4년 7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마무리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만료 9일 전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 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277번째이자 마지막 공판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까지 포함하면 290번의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겐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 외에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10명 중 8명이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죄로 인정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사건도 1심에서 2심으로 가며 혐의가 줄어든 상황이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검찰은 그동안 법원이 직권남용죄를 인정한 사례들을 줄줄이 언급하며, 법관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인정해야만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검·경의 수사, 감사원의 감사, 문화예술위원회 심의,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교사의 학생 평가에 대한 부당한 외압 등에 대해 직권남용죄 성립을 인정해 왔던 법원이 유독 법관에 대한 외압 행위에 대해선 처벌이 불가하다고 한다”면서 “이 사건은 이미 진행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다시 사법부가 처리하는 과정이고, 법원이 법원의 잘못을 처리하는 과정에 망설임이 있었던 것으로 비칠 경우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검찰석에는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이 뒷줄에 앉아 후배 검사들의 발언을 지켜봤다. 단 부장검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헌정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꾸려진 특별공판팀을 이끌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분 가까이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세 차례 법원 자체 조사 결과 형사조치를 취할만한 범죄행위가 없다고 결론 났는데도, 당시 집권하고 있던 정치세력의 생각은 달랐다”며 문재인 대통령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8년 9월 법원의 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사법농단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심장에 와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앞에 두고 축사라고 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권력으로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하려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수사 범위를 사면팔면으로 확대해 법원 구설수까지 뒤졌다”며 이 사건은 사법행정권 남용이 아니라 ‘수사권 남용’이라고도 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신광렬·임성근 변호사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해용 변호사 등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차기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12월 22일에 내려진다. 재판부는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많으며 쟁점이 치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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