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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인민 호날두'…"한광성, 北으로 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한 북한 축구대표팀 한광성(이탈리아 페루자)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한 북한 축구대표팀 한광성(이탈리아 페루자)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이탈리아 세리아A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했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달 중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인민 호날두’로 불리다가 수년 전 돌연 모습을 감췄다.

1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스포츠 전문가인 이탈리아의 마르코 바고치와 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에 있는 한광성의 절친과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가 8월 중순 떠난 것을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한광성의 페이스북 메신저도 8월 중순 이후 폐쇄됐다고 한다.

다른 익명 소식통도 한광성이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을 거쳐 다른 북한 주민들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고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지 3년7개월여 만인 지난달 22일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여객기가 베이징에서 북한 주민 200여명을 태우고 돌아갈 때 한광성도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지난달 22일 3년 7개월 만에 평양~베이징 노선 운항을 재개한 가운데, 서우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북한인들이 평양행 노선에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지난달 22일 3년 7개월 만에 평양~베이징 노선 운항을 재개한 가운데, 서우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북한인들이 평양행 노선에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던 요른 안데르센 감독이 올해 1월 파악한 한광성의 거주지는 이탈리아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더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광성은 2017년 칼리아리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A에서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2019년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한광성은 더 이상 해외무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

2020년 8월 21일 21살이던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활동 폭이 좁아진 한광성은 2020년 1월 카타르 프로팀 알두하일로 이적했지만 그해 소속구단으로부터 계약만료를 통지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갔고, 결국 지난달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유벤투스 구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광성의 영입 소식을 전하고 “환영한다”며 계약 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SNS 캡처

지난 2019년 유벤투스 구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광성의 영입 소식을 전하고 “환영한다”며 계약 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SNS 캡처

지난 7월 CNN은 2020년 8월 이후로 공식적인 활동이 없는 북한의 축구선수 한광성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까지 확인된다고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가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축구 선수단 명단에 한광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외 노동자들이 귀국한 후 감시와 자기비판, 강도 높은 사상 교육을 하는 북한정권의 특성상 당분간 한광성을 국제대회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광성의 유소년 팀 동료였던 니콜라스 페닝턴은 CNN과 인터뷰에서 “그는 정말 좋은 선수였다. 적응도 곧잘했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매우 조심스러워서 대화가 끝났다. ‘경호’라고 부르는 사람 한 명을 늘 데리고 다녔다”라고 한광성에 대해 회상한 페닝턴은 “그의 축구 경력이 정치적 이유로 끝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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