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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주고, 모발 지켜주고…돈 쓸어담는 ‘해피 드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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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2% 성장한 543억 크로네(약 10조6400억원)다. 이중 비만 치료제 매출은 103억 크로네로 전체의 19%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1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92.63달러, 시가총액은 6662억 달러(약 883조원)에 이른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들어 40% 이상 올랐다. 덕분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해피 드러그(Happy Drug)’가 주목받고 있다. 해피 드러그는 비만이나 탈모 치료제처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이다.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약과 달리 시장 확장성이 크다는 게 강점이다. 이날 제약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환자는 6억5000만 명에 이른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540억 달러(약 71조59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해피 드러그는 2021년 출시된 위고비다. 약을 만든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비만 치료제 ‘삭센다’를 무기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두 약품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한다. 삭센다는 매일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면 된다.

유명인들의 ‘경험담’도 인기를 부채질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SNS를 통해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위고비를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덕분에 월 4회 기준 최저 1300달러(약 172만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

노보 노디스크 주가

미국 일라이릴리도 당뇨·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의 선전 덕에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28% 증가한 83억1200만 달러(약 11조2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비만 치료제 관련 매출은 9억7970만 달러(약 1조2991억원)에 이른다.

해피 드러그 열풍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당뇨병 치료제로 일주일에 한 번 주사 형태로 투여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해 국내 임상3상 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일동제약은 식약처로부터 대사성 질환 신약후보물질 ‘ID110521156’과 관련한 임상시험용 신약(IND)과 임상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를 토대로 제2형 당뇨병과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해피 드러그인 탈모 치료제도 부상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빼는 데’ 주력한다면 탈모 치료제는 ‘지키는 데’ 방점이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35억 달러(약 4조6400억원)에서 연평균 8.4%씩 성장해 2027년에는 62억 달러(약 8조22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전 세계 탈모 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는 MSD의 ‘프로페시아’다. 여기에 일라이릴리(바리시티닙 성분)와 미국 화이자(리틀레시 성분)가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원형 탈모 적응증 허가를 획득하고 도전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새로운 탈모 치료제 ‘JW0061’을 개발 중이다. 종근당은 장기 지속형 탈모 주사제 ‘CKD843’의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기업 올릭스는 탈모 부위에만 투여하는 치료제(‘OLX104C’)의 호주 임상1상에 나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질환에 제약사의 연구 역량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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