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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은 내가 지킨다”…소액주주 ‘1대 주주’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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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에 참여한 주주들이 참여 독려와 방법을 알리기 위한 우편물을 제작 하고 있다. 주주연대 측은 “1차적으로 6000통의 등기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에 참여한 주주들이 참여 독려와 방법을 알리기 위한 우편물을 제작 하고 있다. 주주연대 측은 “1차적으로 6000통의 등기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까. 이화그룹 3사에 투자한 소액주주 1만 명이 똘똘 뭉쳤다. 티끌 모아 태산이듯 소액주주가 모은 지분은 1대 주주를 넘본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전자 위임으로 무장한 이들은 “무능한 경영진을 몰아내고 회사를 쇄신하겠다”며 지분을 모으고 있다.

14일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αCT)에 따르면 이화전기는 주주 2629명이 모여 14.74% 지분을, 이아이디는 5096명이 모여 15.28%를, 이트론은 2935명이 모여 8.6% 지분을 모았다. 이화전기 1대 주주 지분율은 18.97%로 소액주주 연대와 지분 격차는 4% 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화전기는 7.04%, 이아이디는 5.4%로 1차 공동보유계약을 완료했고 이를 근거로 다트에 주식 대량보유보고를 공시했다”며 “나머지 지분 확보도 진행할 예정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등 상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주주의 권리와 위치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화그룹 사태가 본격화한 건 경영진의 횡령 배임이 밝혀진 지난 5월부터다. 소액주주 연대가 출범해 지분을 모으기 시작한 건 불과 한 달이다. 김현 대표는 “유튜브, 카카오 등 가능한 모든 온라인 소통창구를 통해 소수 주주와 소통해 지지와 연대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한 전자 위임의 효과도 컸다.

이화그룹 소액주주가 행동에 나선 건 “믿을 곳이 없다”는 분노다. 이화그룹 사태의 시작은 이화그룹 경영진의 횡령 배임이었다. 검찰의 수사 이후에도 경영진은 횡령액을 낮춰 투자자를 기만했다. 회사의 거짓 공시를 보고 한국거래소가 5월 11일 거래를 재개했다가 하루 뒤인 12일 거래를 재정지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기에 기관투자자의 ‘기막힌 매도’마저 벌어졌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5월 10일 거래정지 바로 직전 보유 중인 이화전기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이다. 결국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현 대표는 “거래소는 책임이 없다고 하고, 기관투자자는 손해 없이 팔고 나가 소액주주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상황”이라며 “횡령한 경영진은 물러날 생각도 없고, 회사 역시 이들을 바꿀 의지가 없어 소액주주가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액트 플랫폼에 따르면 소액주주운동을 펼치고 있는 DI동일도 소액주주 지분을 10.78% 모았고, 대유의 경우도 9%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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