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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세 번째 공연 '뮤지컬 벤허'...'전차 경주 신'이 하이라이트

중앙일보

입력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질주야.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승부야. 하나는 유대인, 하나는 로마인. 함께 살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이여."

복수심에 불타는 유다 벤허가 말들을 채찍질하며 절규하듯 노래 부른다. 숙적 메셀라가 그를 바짝 쫓아오며 고삐를 당긴다. 두 대의 전차를 이끄는 8마리의 말이 힘차게 발을 구르고 무대 뒤로는 현란한 콜로세움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뮤지컬 '벤허'의 한 장면.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로마 노예들 사이에 유다 벤허(배우 박은태)가 서 있는 모습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허'의 한 장면.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로마 노예들 사이에 유다 벤허(배우 박은태)가 서 있는 모습이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허'가 2017년 초연, 2019년 재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이야기는 서기 26년, 예루살렘의 귀족 유다 벤허와 로마의 장교가 된 벤허의 친구 메셀라가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로마의 편에 서달라는 메셀라의 요청을 거절한 벤허는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로마 함선의 노예로 끌려간다. 벤허가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신분을 회복하고 메셀라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뼈대다. 미국 작가 루 월러스가 1880년 발표한 동명의 역사 소설이 원작이다. 국내에서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1959년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막이 오르면 웅장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테일하게 재현된 콜로세움의 성벽, 귀족 벤허 가문의 저택, 로마 신전의 돌기둥 등이 시대극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로마 병사들의 화려한 갑옷과 투구,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싸우는 검투사들의 전투복, 로마 귀족들의 우아한 드레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뮤지컬 벤허에서 '유다 벤허'를 연기 중인 배우 신성록.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허에서 '유다 벤허'를 연기 중인 배우 신성록.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극의 하이라이트는 유다와 메셀라가 전차 경주를 하는 장면. 실물 크기의 구체 관절 말 8마리와 두 대의 마차를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실감 나게 무대를 구현했다. 회전 무대와 전차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디자인된 콜로세움 영상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전차 경주 신이 탄생했다.

뮤지컬 '벤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전차 경주 신. 실물 크기의 8마리 말이 전차 두 대를 이끌며 회전하고 무대 뒤로는 콜로세움을 비추는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벤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전차 경주 신. 실물 크기의 8마리 말이 전차 두 대를 이끌며 회전하고 무대 뒤로는 콜로세움을 비추는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앙상블의 합도 좋다. 로마 검투사의 근무, 로마 깃발을 휘두르며 승리를 축하하는 병사들의 '깃발 군무'도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4일 기준 인터파크 티켓 평점은 9.7점이다.

로마의 함대가 해적 습격을 받는 장면에도 영상을 활용했다. 반투명한 스크린에 바다가 요동치는 장면을 투사한 것이다. 실제로 배가 움직이지는 않지만 배에 물이 들어차 아수라장이 되는 영상이 겹쳐지면서 무대가 흔들리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극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벤허가 메셀라와의 대결을 앞두고 부르는 넘버 '살아야 해'가 이번 공연에서 사라지며 "충분한 설명 없이 서사가 급전개돼 아쉽다"거나 "전차 경주 씬에서 말들이 느리게 움직여 박진감이 부족했다"는 평도 있다. 재연 당시 '벤허'의 대표 넘버 '살아야 해'는 가문이 패망한 이후 유다가 복수를 다짐하며 부르는 노래다.

슈퍼주니어 규현, 신성록, 박은태가 주인공 유다 벤허 역을 맡았다. 벤허의 숙적 메셀라 역에는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가 발탁됐다. 박은태와 박민성은 '벤허' 초연과 재연에도 같은 역을 맡아 호연했다. 공연은 11월 19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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