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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롤스로이스男' 다녀간 강남 병원, 마약류 1만개 넘게 처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의원 간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에 앞서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 3곳 중 한 곳이다. 이영근 기자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의원 간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에 앞서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 3곳 중 한 곳이다. 이영근 기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에 앞서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이 최근 5년간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등 약 1만개(처방량)의 마약류를 꾸준히 처방·투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은 신씨가 범행(지난달 2일) 직전 사흘에 걸쳐 방문한 병원 3곳 중 한 곳이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씨가 범행 전 마약류를 투약한 논현동 A의원은 지난해 환자 303명에게 프로포폴 1958개를 처방했다. 2019년(294명, 1095개)부터 2020년(232명, 1103개), 2021년(243명, 1348개) 등 매년 꾸준히 많은 양을 처방해왔다.

특히 미다졸람, 케타민 등의 마약류 처방량은 4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0년 환자 23명에게 미다졸람 38개를 처방했던 A의원은 지난해 환자 242명에게 842개를 처방했다. 환자 수와 처방량이 각각 10배, 2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케타민 처방량은 2020년 43개에서 지난해 322개로 7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5년간(2019~2023년 6월) 마약류 총 8종, 1만281개를 처방해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씨가 범행 당일 마약류를 투약한 B의원은 지난해 환자 378명에게 2369개 프로포폴을 처방했다. 환자 수와 처방량 모두 전년(185명, 735개) 대비 2배, 3배로 급증했다. 미다졸람과 디아제팜, 케타민 처방량도 급증세였다. 모두 신씨 몸에서 성분이 검출된 마약류다. 5년간 마약류 총 9종, 1만8970개를 처방했다.

마약상 된 의사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B의원 정문.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 직전 마약류를 투약했던 장소다. 경찰은 의료 외 목적으로 불법 투약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이영근 기자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B의원 정문.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 직전 마약류를 투약했던 장소다. 경찰은 의료 외 목적으로 불법 투약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이영근 기자

한 병원에서 마약류 처방량이 급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만큼 마약류 공급을 병원에 의존하는 중독 환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과 교수)은 “의사가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시간과 환자가 한정돼 있는데, 처방량이 20배 이상 늘었다는 건 물리적으로 의료 목적일 수가 없다”며 “중독 환자들이 더 많은 양을 요구해도 무작정 처방해줄 게 아니라, 투약을 중단시켜서 중독으로부터 빠져나오게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라고 꼬집었다.

A의원은 지난 6월 한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이 “무분별한 마약류 투약을 삼가달라”며 경고 공문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중독 환자 중 한 명이 “의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놔주던 A의원이 제발 나를 받지 않게 해달라”라고 하소연해서다. 중앙일보는 A의원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투약했는지 등 입장을 물었지만, 병원 관계자는 “원장님이 (병원에) 안 계신다”라고만 대꾸했다.

경찰도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씨가 범행 직전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 3곳 외에도 신씨가 마약류를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병원 10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14일 경찰 관계자는 “병원이 의료 목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했는지, 의료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처방했는지 등을 수사하기 위해 처방 기록과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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