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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주장 학부모에, 대전 교사 남편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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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초등학교에 교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초등학교에 교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결백을 주장한 글에 숨진 교사의 남편이 댓글을 남겼다. 그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짧은 댓글이었다.

가해자 중 하나로 지목된 합기도 관장의 아내는 지난 11일 온라인에 글을 올려 “문제 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제 자녀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학기 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하고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선생님에 대한 죄송함과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그 후 선생님께서 심리치료를 추천해주셔서 꾸준히 받고 지도에 힘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며 “저 역시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다”고 썼다.

이어 “아이가 2학년 올라가고부턴 그 선생님과 연락뿐 아니라 얼굴도 한 번 뵌 적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그 분에게 누가 되는 행동을 했다면 이런 글을 절대로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 글에 숨진 교사의 남편은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남편이 지난 11일 온라인에 남긴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남편이 지난 11일 온라인에 남긴 댓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합기도 관장이 입장문을 게시해 “저희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신과 신념을 갖고 한 곳에서 17년 동안 아이들을 지도해 오며 많은 보람을 얻었다”며 “기사 댓글을 읽다 보니 ‘살인자’라는 글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억울하고 속상해서 경찰서 담당 형사와 상담했다”며 “최초 유포자를 찾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기사에 댓글 단 분들 저 역시 이해가 간다”며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한 마음으로 그러셨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저희는 정말 아니다”라며 “털끝만큼이라도 지은 죄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겠다”고 호소했다. 또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의 유족을 만나 가해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가해 학부모에 대한 입장, 교사 순직 요청 등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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