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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탄생의 비밀 담긴 이곳…140년 전으로 시간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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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은 한국의 근대가 태동한 곳이다.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는 도보관광을 즐겨도 해설사가 함께하는 전기 카트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인천 개항장은 한국의 근대가 태동한 곳이다.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는 도보관광을 즐겨도 해설사가 함께하는 전기 카트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전철 1호선 인천역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짠내가 진동한다. 인근 연안부두에서 풍기는 갯내와 달리 군침이 좔좔 돈다. 정체는 짜장 볶는 냄새다. 한국 최초의 차이나타운인 이곳에서 짜장면이 탄생했다. 현재 중국식당은 약 30개에 달한다. 어쩌다 이 동네는 짜장면의 본고장이 됐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식, 중국식, 서구식 건물이 어우러진 개항장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여행지다. 한국의 근대가 태동한 인천 개항장을 여행하는 법을 소개한다. 올해로 인천 개항 140주년을 맞았다.

짜장면 탄생의 비밀

인천 개항장은 엔데믹 이후 수학여행지로 인기다. 한 학급이나 소그룹으로 박물관, 전시관을 둘러보며 역사도 배우고 인천이 원조인 짜장면도 맛본다. 사진은 짜장면박물관 앞에서 해설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인천 개항장은 엔데믹 이후 수학여행지로 인기다. 한 학급이나 소그룹으로 박물관, 전시관을 둘러보며 역사도 배우고 인천이 원조인 짜장면도 맛본다. 사진은 짜장면박물관 앞에서 해설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짜장면박물관에 들어가면 짜장면 탄생의 비밀을 알 수 있다. 개항기 때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노점에서 사먹던 고향 음식이었다.

짜장면박물관에 들어가면 짜장면 탄생의 비밀을 알 수 있다. 개항기 때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노점에서 사먹던 고향 음식이었다.

인천 개항장은 세대를 초월한 여행지다. 초중고 학생은 수학여행 코스로, MZ세대는 복고 감성을 즐기는 ‘레트로 여행지’로, 40대 이상은 추억을 되새기는 아련한 장소로 제격이다. 인천 개항장은 한국의 근대가 태동한 곳이자 다. 개항 당시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인천 개항장만큼 우리 역사의 영욕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곳도 드물다.

포털 사이트에서 ‘인천 차이나타운’을 검색하면 ‘맛집’, ‘탕후루’ 이런 검색어가 뜬다. 맛집도 좋고 이채로운 간식도 좋지만 먼저 짜장면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짜장면의 역사는 대략 이렇다. 1883년 인천항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된 뒤 중국 산둥성에서 노동자가 대거 이주했고 이들이 먹던 간편식이 발전해 짜장면이 됐다. 짜장면 한 그릇에 인천, 아니 한국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항장에는 한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호텔 객실을 재현해둔 모습.

개항장에는 한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호텔 객실을 재현해둔 모습.

개항장 일대에서는 짜장면 말고도 온갖 ‘최초’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 호텔인 대불호텔,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뿐 아니라 최초의 기상대, 개신교 교회도 있다. 이런 역사를 찬찬히 살피고 싶다면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에 박물관과 전시관을 방문하면 된다. 이국풍 건물의 외관만 보고 기념사진에 집중할 게 아니라 내용을 알아야 진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인천관광공사 한아름 국내스마트관광팀장은 “개항장은 엔데믹 이후 초중고 수학여행 단체가 크게 늘었다”며 “가까운 월미도까지 함께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차이나타운 패루.

인천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차이나타운 패루.

개항장에서는 요즘 ‘스탬프 투어’가 화제다. 모바일 앱 ‘인천e지’를 설치하고 차이나타운 패루(牌樓), 한중문화관, 짜장면박물관, 청일 조계지 계단을 방문하고 인증하면 카페 5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음료 쿠폰을 준다.

인천상륙작전과 월미도

최근 개항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타니다 토모키 일행은 '개항e지 투어'를 즐겼다.

최근 개항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타니다 토모키 일행은 '개항e지 투어'를 즐겼다.

최근 국내외 여행객 사이에서 전기 카트를 타고 해설을 듣는 ‘개항e지 투어’가 인기다. 코스는 다양하다. 개항장만 둘러봐도 되고,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까지 다녀와도 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왔다는 타니다 토모키는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서울과 달리 100여년 전 전통과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개항장의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문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인천시민애집'. 개항기 때 일본인 사업가가 살던 저택을 활용한 공간이다.

2021년 문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인천시민애집'. 개항기 때 일본인 사업가가 살던 저택을 활용한 공간이다.

중구청 뒤편, 응봉산 기슭으로 올라가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문화시설도 많다. 개항기 일본인 사업가가 살았던 저택은 2021년 ‘인천시민애집’으로 거듭났다. 일본식 건축을 접목한 한옥에서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수목 30여종이 우거진 야외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외국인의 사교모임 장소였던 ‘제물포구락부’는 문화 전시·체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10월 1일까지 인천상륙작전 73주년 기념 전시가 진행된다. 제물포구락부를 나와 응봉산으로 올라가면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이 나온다.

모바일 앱 '인천e지'를 설치하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자유공원에 올라 월미도 방향으로 AR을 가동했더니 개항기 때 인천항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모바일 앱 '인천e지'를 설치하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자유공원에 올라 월미도 방향으로 AR을 가동했더니 개항기 때 인천항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월미도로 가는 사람들. 생기 넘치는 항구 풍경과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월미도로 가는 사람들. 생기 넘치는 항구 풍경과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개항장을 둘러봤다면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월미도로 가보길 권한다. 놀이기구를 타고 조개구이를 사 먹는 것도 좋지만 상공 7~18m 높이에서 바라보는 인천 풍경이 색다르다. 해설사의 흥미로운 설명도 곁들여진다. 수출을 기다리는 중고차의 행렬, 세계 최대 야외벽화로 거듭난 곡물 창고, 물류·정유·식품회사 공장이 창밖으로 스쳐 간다. 그렇다. 인천은 근현대가 태동한 역사의 무대였을 뿐 아니라 생동하는 항구도시다.

여행정보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스마트폰에 ‘인천e지’ 앱을 내려받자. 인천 전역의 여행정보가 담겨 있다. 개항장에서는 스탬프투어, 오디오가이드, AR·VR 기능이 요긴하다. 전동카트를 타는 ‘개항e지 투어’도 앱에서 신청할 수 있다. 10명 이상 단체는 인천시 중구 문화관광과에 요청하면 무료로 도보 관광 해설을 해준다. 월미바다열차는 화~일요일 운행한다. 어른 8000원이고 1회 재탑승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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