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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점유율 2년새 '더블'…BMW '유럽 나간 영국' 잡은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독일 BMW가 영국 미니(Mini) 공장에 6억 파운드(약 1조원)를 투입해 유럽 내 전기차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시동을 걸었다. 유럽에서 무섭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를 밀어내기 위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에까지 손을 내민 모양새다.

밀란 네델코비치 BMW그룹 생산담당이 옥스퍼드 공장 투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밀란 네델코비치 BMW그룹 생산담당이 옥스퍼드 공장 투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자동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BMW는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자사 소형차 브랜드 미니의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2026년 2개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해 2030년부터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원래 영국 브랜드였던 미니를 인수한 BMW는 2001년부터 옥스퍼드 공장에서 이 차량을 만들어왔다.

유럽 눈독 들이는 中 vs 저지에 사활 건 獨 

영국은 크게 반기고 있다. 지난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BMW가 미니 공장을 자국이나 중국으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투자 발표로 일자리 4000개를 지키게 된 것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새 활력을 얻게 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영국이 미래의 자동차를 만들기 가장 좋은 곳임을 확인했다”며 환영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서 '미니'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서 '미니'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BMW의 이런 결정을 두고 중국에 대항해 유럽 내 전기차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인한 영국과 EU 가입국 간 갈등이 여전한데도 영국을 택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업체와 ‘가격 전쟁’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올 1~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0위권 내 4곳이 BYD·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였다. 더는 내수가 발판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 상반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수출한 214만 대 중 25%(53만4000대)가 신에너지차였다. 신에너지차 판매량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160% 증가한 것으로, 전기차를 키워온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유럽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건, 이런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 바로 유럽이어서다.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15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격 중이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IAA 2023(뮌헨모터쇼)’에서는 부스의 3분의 2가량이 중국 업체들로 채워졌을 정도다. 2년 전보다 2배나 많은 중국 업체가 찾았다.

유럽 내 중국 차 점유율 2년 새 ‘더블’

중국 업체들은 이미 ‘가성비’를 앞세워 야금야금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컨설팅 업체 이노베브·KPMG에 따르면 2021년 4%, 지난해 6%였던 유럽 내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8%로 늘었다. 2025년에는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런 상황이니 유럽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FT는 “흔히 중국은 제품은 ‘가성비’로 알려졌지만 업체들은 기술적으로도 자신감이 넘친다”며 준비를 단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수백만 명이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유럽은 그 어떤 곳보다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가 차종을 제조하는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생각보다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케빈 강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소비자들은 여전히 ‘브랜드 친숙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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