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사람으로서 지킬 선 있다"…교사 가해 학부모에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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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입장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작가 겸 방송인인 허지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것이 사망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 중 한 구절”이라며 “입장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숨진 A교사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자식의 일에 상식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막고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강제하는 선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캡처

전날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한 학부모는 “여러 잘못된 소문에 입장을 표명하고 싶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 학부모는 “지난 2019년 아이가 틱장애 증상을 보여 확인해보니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아이를 반 학생들 앞에 세워놓고 처벌 방식을 물은 일이 있었다”며 “선생님이 아이에게 인민재판식 처벌한 것에 대해 교장선생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후 선생님은 병가로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나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해 해당 선생님이 아이 학급 바로 옆에 배정되면서 선생님 개인이 아닌 교육청에 한 차례 추가 민원을 제기했고, 아동학대 신고 건은 검찰에 송치된 이후 무혐의로 종결됐다”며 “선생님의 명복을 빌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해 난동을 피우는 등의 행동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입장문은 자신의 자녀 행동은 ‘손이 뺨에 맞았다’는 등으로 표현해 반발을 불렀다. “요즘은 뺨 때린 걸 손이 뺨에 맞았다고 하나요? 남의 애가 자기 애 손에 뺨을 맞은 거네요”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인 7일 숨졌다. 동료 교사 등에 따르면 A씨는 수년간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관련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교사 순직 요청 등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