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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방선거 여당 압승...크렘린궁 “내년 대선서 푸틴 적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점령지 4곳을 포함해 치른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압승을 거뒀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각에서 투표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는 가운데 크렘린궁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내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적수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0일 21개 지역 정부 수장(주지사 등)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남부의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곳도 지방선거를 치렀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투표소 벽면에 그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투표소 벽면에 그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AFP=연합뉴스

투표 결과 통합러시아당의 후보가 선거를 치른 모든 지역 정부 수장에 당선됐다. 당선자 중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소뱌닌 현 모스크바 시장도 포함돼 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에서 야당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소뱌닌은 75%가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러시아 점령 4곳에서도 통합러시아당은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이 43.5%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국가 원수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아직 2024년 대선 출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출마하기로 한다면 그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 17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

미국의 소리(VOA) 등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은 어느 때보다 심한 출마 방해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야권에선 상당수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이번 선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투표하는 사람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투표하는 사람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독립 선거감시단체인 골로스의 공동 의장 스타니슬라프 안드레이추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들은 구금되거나, 차량이 파손되었으며 선거 참관인들은 갑자기 군 징집 서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골로스의 공동 의장인 그리고리 멜코니얀츠는 이번 선거를 20여일 앞둔 지난달 17일 당국에 의해 돌연 구금됐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강행한 투표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지역엔 여당에 투표를 독려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선거 당일 무장한 남성들이 투표장에 배치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러시아가 실시한 가짜 선거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블링컨 장관의 이 발언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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