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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벅찬데 황운하 등 사법리스크 14명…野공천도 꼬일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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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황운하 의원에게 11일 검찰이 당선무효형을 구형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이 뒤숭숭한 가운데 내년 4·10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야권 전반이 검찰발 위기감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결심 공판에서 황운하 의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한병도 의원에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는 11월 29일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서 두 사람이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무효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 위기에 빠진 의원은 두 사람뿐이 아니다. 참여연대가 작성해 공개한 ‘수사 및 재판 중인 21대 국회의원’ 목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민주당 소속 의원 14명이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부정부패 의혹, 패스스트랙 사건 등으로 재판 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라임 사태 관련 금품 수수 혐의를 받아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추진 과정에서 공동폭행 등 혐의를 받아 기소된 김병욱·박범계·박주민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척을 보일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지난 5월 자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지만, 검찰은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과 압수수색 결과물 등을 바탕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 약 20명을 돈 봉투 수수자로 특정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윤 의원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강욱 의원은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피고인이거나 피의자거나 용의자밖에 없는 게 아니냐”며 투쟁심 고취에 나서 큰 호응을 얻었지만 현재 민주당엔 불안감이 팽배하다. 최 의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보통 여야는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엄격한 공천 기준을 들이밀곤 했다. 비리 의혹 연루자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시켜 공천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실제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뇌물, 성범죄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 벌금형 등이 확정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와 음주운전, 병역기피 등 공직 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공천 규칙을 내세웠다.

단식 12일차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투쟁 천막 농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단식 12일차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투쟁 천막 농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하지만 이번처럼 다수의 의원이 다양한 이유로 재판이나 수사에 노출된 상황에서 과거와 동일한 공천 잣대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공천권을 가진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및 성남FC 특혜 의혹 사건 등으로 각각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백현동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도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내에선 어떤 공천 규칙을 도입하든 잡음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예전엔 기소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 대표 문제가 맞물려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됐다”며 “문제는 그렇다고 공천 기준을 후퇴시키면 본선에서 국민들에게 표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치 검찰이 칼춤을 추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명확한 비리 혐의가 있는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것인지 등 사안에 따라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의원도 “야당 탄압 목적이 있는 경우와 개인 비리에 대한 공천 판단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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