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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맞고 쓰러진 400살 소나무 ‘깁스’하고 일어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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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구미 독동리 반송’에 받침대가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구미 독동리 반송’에 받침대가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 언뜻 보기엔 평범한 농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는 특별한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나지막한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인 높이 13.1m, 밑줄기 둘레 4.05m의 ‘구미 독동리 반송’이다.

1988년 4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57호로 지정된 구미 독동리 반송은 나이가 약 400년으로 추정된다. ‘반송(盤松)’은 줄기가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줄기와 가지 구별이 없고 전체적으로 우산과 같은 모습을 하는 나무를 일컫는다.

가지를 동서로 19.2m, 남북으로 20.2m 뻗어 웅장한 자태를 뽐냈던 구미 독동리 반송은 평소와 달리 가지 이곳저곳에 받침대를 대고 케이블을 감아 위치를 고정한 모습이었다. 마치 골절상을 입은 사람이 부목을 대거나 깁스를 한 것 같았다.

구미 독동리 반송이 ‘환자’ 신세가 된 것은 지난달 10일 오전 한반도를 덮친 제6호 태풍 ‘카눈’ 때문이다. 당시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호우로 밑동이 꺾여 나무줄기 하나가 쓰러지고 다른 줄기 하나도 지면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이날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북소방본부는 안전조치 후 문화재청과 구미시에 이를 통보했다. 구미시는 신속하게 응급 복구 조치에 나섰다. 50t 크레인을 동원해 쓰러진 줄기를 일으킨 뒤 로프로 묶어 자세를 고정했다.

다음날인 11일부터 14일까지 구미시와 문화재청·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국립문화재연구원 등 전문가가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독동리 반송 뿌리가 여전히 살아 있으니 나무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응급 복구 조치를 진행했다.

우선 땅과 인접한 밑동 부분이 썩거나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방부·훈증 처리를 했고 쓰러진 줄기를 받쳐줄 수 있는 철제 받침대를 세 지점에 설치했다. 줄기끼리 케이블도 연결했다. 이와 함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독동리 반송 보존을 위해 종자를 수집, 시드볼트에 저장하기로 했다.

구미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복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 철제 받침대 등 보조 시설을 철거해도 무방한지 등 구체적 결과는 12월쯤 돼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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