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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에 군 최고실세 ‘무릎보고’…생수차 위장 방사포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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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을 열었다. 무릎을 꿇고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와 귓속말을 하는 군 최고 실세 박정천 당 군정 지도부장(왼쪽).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을 열었다. 무릎을 꿇고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와 귓속말을 하는 군 최고 실세 박정천 당 군정 지도부장(왼쪽).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중국·러시아가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축전 외교를 펼치며 최근 밀착 움직임을 또 한 번 과시했다.

9일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백년 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대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협조관계를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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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어 “새로운 정세하에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실무 협조를 심화시키며 중조 관계를 시대와 더불어 전진시켜 보다 큰 발전을 이룩하도록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에 보다 큰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축전에서 시 주석은 ‘전략적 소통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강화한다’고 수위를 끌어올렸다.

시멘트 포대로 위장한 방사포 트럭. 조선중앙TV=연합뉴스

시멘트 포대로 위장한 방사포 트럭.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일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동지와 중국 당과 정부가 조중 관계의 특수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전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75년 전 소련은 조선 땅 위에 세워진 새 독립국가를 제일 먼저 인정했다”며 “그때부터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친선과 선린, 호상 존중의 원칙에 기초해 변함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연장포 끌고 가는 트랙터. 조선중앙TV=연합뉴스

다연장포 끌고 가는 트랙터. 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도 우리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올 들어 세 번째 열린 열병식을 포함해 경축공연, 축하연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노동신문은 9·9절 관련 소식을 6개 면 전면을 할애해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열병식을 ‘민방위무력 열병식’이라고 소개했다. 예비군 성격의 ‘노동적위군’을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모든 분야의 역량을 전쟁 준비에 동원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농민과 노동자의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룡악산샘물’로 위장한 방사포 탑차.조선중앙TV=연합뉴스

‘룡악산샘물’로 위장한 방사포 탑차.조선중앙TV=연합뉴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트럭·트랙터와 같은 노동장비가 투입된 기계화종대의 열병 행진이었다. 시멘트 운반차량으로 위장한 트럭의 적재함과 ‘룡악산샘물’이라고 표기된 생수차에 방사포가 장착돼 있었는데 북한 매체들은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도 이날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인 이설주를 비롯해 당비서들과 귀빈석에 자리했던 지난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 당시와는 달리 김 위원장과 주요 군 지휘관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석 정중앙에 위치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선 한쪽 무릎을 꿇은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김주애에게 귀엣말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당시 무릎을 굽힌 채 김 위원장에게 귀엣말로 보고하거나 지시를 들었던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월 열병식과 비교할 때 예우가 격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북한 매체 보도를 기준으로 볼 때 이설주는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현장에 참여한 동향이 포착돼 열병식 행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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