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9/11/82a10016-51aa-4d76-9f27-63c7eef832c0.jp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주도로 인도-중동-유럽을 철도와 해운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국적 이니셔티브를 띄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백악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독일·이탈리아·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만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이하 경제 회랑)을 출범시켰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경제 회랑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을 경유하는 철도와 기존 항구를 통해 인도와 유럽을 연결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장려할 것”이라며 “두 대륙을 비즈니스 허브로 연결하고 청정에너지 개발과 수출을 촉진하는 한편 식량 안보 및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유럽과 중동, 아시아 사이의 철도와 항구 연결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제 회랑에는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참여한다.
이 회랑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건설되는 철도를 따라 전기·디지털 케이블, 수소 파이프 등도 부설할 계획이다. AP통신은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미국이 주도해 지난해 출범한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함께한 발표 행사에서 “이번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밝혔다. 모디 총리는 “오늘 우리는 커다란 상호 연결 구상을 출범시킨다”며 “미래세대가 큰 꿈을 꿀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환영했다.

김영옥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역사적인 일”이라며 “인도, 아라비아만, 유럽을 직접 연결하는 철도 연결로 인도와 유럽 간 교역이 40% 더 빨라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구상은 인도와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통하는 나라들을 한데 묶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구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하고 리창 총리가 대리 참석한 G20 회의에서 공개됐다는 점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시 주석 부재중에 그의 핵심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취지의 구상이 발표된 셈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다음 달 주재하는 다자 국제회의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최에 앞서 발표됐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2013년 9월 시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대일로는 육상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약 150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번 구상은 미국의 영향력 하락과 중국의 영향력 강화가 교차하는 중동에서 자국에 유리한 외교 환경을 만들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0일엔 베트남을 방문한다. 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강한 영향력을 가진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분류되는 베트남을 파고들어 대중국 견제 틀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