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십억대 부자이면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얌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정신이 번쩍 날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건보료를 안 내고 버티다 재산 4억여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유모(61.여)씨 이야기입니다.
서울 강남에 10억원대의 땅과 주택을 보유했던 유씨는 1997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보험료를 단 한 번도 내지 않았습니다. 9년간 쌓인 체납액은 1100여만원.
건강보험공단은 수십 차례 독촉장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유씨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건보공단은 2001년 11월 197.9㎡에 달하는 유씨의 토지를 압류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지상 2층, 지하 1층의 유씨 집도 압류했습니다. 압류된 땅과 집의 시세는 13억~14억원에 이릅니다.
건보공단의 압류에도 유씨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엄포겠거니 한 것 같습니다.
마침내 건보공단은 9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압류 부동산을 공매에 부쳤습니다. 부동산은 이달 초 김모씨에게 9억6000여만원에 매각됐습니다. 유씨 입장에선 약 4억원의 손해를 보고 땅과 집을 판 꼴이 됐습니다.
소유권이 이전되고 나서야 유씨는 부랴부랴 건보공단을 찾았습니다. 9년간 안 내고 버티던 1100여만원의 체납 보험료를 한번에 납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결국 유씨는 22일 부동산 매각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습니다.
건강보험 공단 관계자는 "가능한 한 독촉을 통해 체납 보험료를 받아내지만 상습.고액 체납자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설마'하고 버티다간 유씨처럼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을 체납한 고소득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