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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프리즈 맞아 샤넬·프라다·디올 출격...예술과 패션의 흥겨운 만남

중앙일보

입력

이제는 ‘마케팅’이라고 부르지 말자. 예술과 패션의 만남 얘기다. 그동안 패션 브랜드의 예술 분야 협업 앞에는 늘 ‘팔기 위한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슈를 만들고, 비슷한 소비자층을 공략한다는 목적이 부각되면서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을 가깝게 끌어들이려는 패션 업계의 진지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6~9일)이 열리는 기간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패션 및 아트 업계의 소식을 전한다. 즐거운 문화 향유의 장(場)을 만든다는 면에서 패션과 아트의 흥겨운 동행이라 할만하다.

프라다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5일과 6일 이틀간 서울 인사동에서 문화 행사 '프라다 모드'를 개최한다. [사진 프라다]

프라다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5일과 6일 이틀간 서울 인사동에서 문화 행사 '프라다 모드'를 개최한다. [사진 프라다]

김지운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프라다가 5일과 6일,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문화 공간 ‘코트(KOTE)’에서 ‘제10회 프라다 모드’를 개최한다. 주제는 '다중과 평행'. 김지운·연상호·정다희 등 3명의 영화 감독이 저마다의 독특한 시선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영화적 비전을 제시한다. 기획에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휘트워스 미술관의 이숙경 관장이 참여했다.

프라다 모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마이애미·홍콩·런던·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된 현대 문화 시리즈다. 예술·음악·미식·엔터테인먼트를 넘나들며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경험을 선사한다. 데미안 허스트·마틴 심스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감독·창작자와 협업해왔다.

이번 프라다 모드에서 김지운 감독은 희미하게 잊혀가는 도시 풍경을 재현했다. 모기장에서 영감 받은 하늘색 반투명 베일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환대의 공간인 평상을 끌어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을 다시금 발견하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추억하는 장소다.

왼쪽은 김지운 감독의 설치 작품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오른쪽은 연상호 감독의 설치 작품 '지옥'. 유지연 기자

왼쪽은 김지운 감독의 설치 작품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오른쪽은 연상호 감독의 설치 작품 '지옥'. 유지연 기자

연상호 감독은 단편 영화, 웹툰, 넷플릭스 시리즈로 확장된 ‘지옥’의 세계관을 가져왔다. 정다희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매개로 도서관을 그림, 빛, 그림자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샤넬, 화각장·도자공예가 지원  

예올과 샤넬이 전통 공예 가치 알리기에 나섰다. 올해의 장인에 화각장을 선정, 23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사진 샤넬]

예올과 샤넬이 전통 공예 가치 알리기에 나섰다. 올해의 장인에 화각장을 선정, 23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사진 샤넬]

재단법인 예올과 프랑스 패션 하우스 샤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통 공예 가치 알리기에 나섰다.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는 올해의 장인에 화각장 한기덕(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수교육조교)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도자공예가 김동준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공동 전시회 ‘우보만리: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은 오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예올에서 열린다.

전시 기획 총괄 및 작품 협업에는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D)’에서 한국인 최초 세계 100대 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린 양태오 디자이너가 함께한다. ‘우보만리(牛步萬里)’는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의미. 이번 전시에서는 한기덕 화각장의 작품을 통해 오랜 시간 깎아내고 덜어내면서 순수함의 미학을 추구하는 화각 공예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올해의 젊은 공예인 김동준은 조선백자의 미학을 이어나가는 도자 공예가다. 관요 백자의 산실인 경기 광주 남종면에서 수학하며 익힌 도자 기술로 한국의 미를 백자에 담아낸다.

레이디 디올의 재해석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디올이 프리즈를 기념해 지난 2일부터 서울 성수동 컨셉 스토어에서 ‘레이디 디올셀레브레이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의 아이콘이자 상징적인 가방인 ‘레이디 디올’의 역사와 이에 깃든 장인정신을 조명한다. 박선기·최정화·지지수·김홍석 등 한국 아티스트 24인이 참여했다. 레이디 디올의 무한한 잠재력을 표현한 42점의 작품들과 기존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한국 아티스트 24인이 재해석한 레이디 디올이 공개된다. [사진 디올]

한국 아티스트 24인이 재해석한 레이디 디올이 공개된다. [사진 디올]

한국 작가 강서경 후원하는 보테가 베네타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서 열리는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의 후원에 나선다. 이번 전시에서 강서경 작가는 현시대 개성과 자유의 의미를 탐구할 예정이다.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포스터. 사진 보테가 베네타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포스터. 사진 보테가 베네타

서울을 기반으로 회화·조각·설치·영상·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강서경 작가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상하이 비엔날레·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18년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예술상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룩셈부르크 무담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아시아 두 번째, 화이트 큐브 상륙

세계적 명성의 영국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아시아 지역 두 번째 공간으로 서울을 점찍었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는 프리즈 기간에 맞춰 서울 지점의 문을 열고 5일부터 개관전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을 개최한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5일 개관전 '영혼의 형상'을 개최한다. Louise Giovanelli Soothsay 2023 Oil on paper 57 x 38.8 cm | 22 7/16 x 15 1/4 in. 63.3 x 45.1 x 3 cm | 24 15/16 x 17 3/4 x 1 3/16 in. (framed) © DACS.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5일 개관전 '영혼의 형상'을 개최한다. Louise Giovanelli Soothsay 2023 Oil on paper 57 x 38.8 cm | 22 7/16 x 15 1/4 in. 63.3 x 45.1 x 3 cm | 24 15/16 x 17 3/4 x 1 3/16 in. (framed) © DACS.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티스틱 디렉터인 수잔 메이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세이 ‘영혼에 관하여’에서 실마리를 두고 출발한다. 루이스 지오바넬리·크리스틱 아이 추·트레이시 에민·버린드 드 브렉커·카타리나 프리치·마르게리트위모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그룹전으로 철학·형이상학·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작가로는 이진주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진주는 한국 전통 회화 기법을 활용해 개인적 서사와 주관적 관점에서 펼치는 ‘심리적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다. 영국의 회화작가 루이스 지오바넬리는 감정의 고조·의례·종교를 탐구하는 작품을 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 신작들을 선보인다.

한편, 화이트 큐브는 지난해에 이어 2회째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브람보가트·이사무 노구치·마르게리트위모·미노루노마타·트레이시 에민 등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프리즈 위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되는 ‘청담 나이트’에도 참가, 6일 밤 10시까지 갤러리의 문을 열어 두고 개관 축하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40년 스톤 아일랜드 역사가 한 자리에

스톤 아일랜드는 9일까지 아카이브 전시를 연다. 사진 스톤 아일랜드

스톤 아일랜드는 9일까지 아카이브 전시를 연다. 사진 스톤 아일랜드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웨어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가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이어41 스튜디오에서 아카이브 전시를 연다. 스톤 아일랜드의 아카이브 전시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전시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 서울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다. 혁신적 소재와 실험적 제작 방식에 기반을 둔 스톤 아일랜드의 방대한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엄선된 주요 제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1982년 설립 이래 세심하게 보존되고 축적되어 온 다양한 제품을 가까이서 볼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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