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초미세먼지 노출, 2011년 이후 낮아져"…그래도 높은 곳

2019년 11월 4일 스모그가 가린 인도 수도 뉴델리의 상징물 인디아게이트.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했지만, 형체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전 세계 인구가 평균적으로 노출되는 초미세먼지(PM 2.5)의 오염도가 2011년을 고비로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인도·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초미세먼지 오염이 악화하고 있지만, 인구의 지역적 분포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시애틀의 워싱턴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등 미국 연구팀과 캐나다·독일 등의 연구팀은 전 세계를 13개 지역으로 나눠 1998~2019년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추세를 분석했고,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분석했고, 1만1000곳이 넘는 지상 측정소 데이터로 보정했다.

인구 가중 초미세먼지 오염도 산출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하늘이 대기오염으로 잿빛으로 변해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런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전 세계 204개 영토별 인구 분포 자료와 연결했고, 13개 지역별로 '인구 가중 초미세먼지 오염도(PW-PM2.5)'를 연도별로 산출했다.

위·경도 0.01° × 0.01°의 해상도(격자 면적 약 1㎢)로 인구와 오염도를 계산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인구는 1998년 ㎥당 평균 28.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 노출됐던 것으로 계산됐다.
2011년에는 노출 오염도가 38.9㎍/㎥로 상승했으며, 이를 정점으로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2019년엔 34.7㎍/㎥로 줄었다.

인구 가중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추세. 1998~2011년에는 전반적으로 오염이 심해지는 추세이지만, 2011~2019년에는 오염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3]

2011년까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87개 영토(인구 44억 명)에서 초미세먼지 노출 오염도가 증가 추세를 보였고, 감소 추세를 보인 곳은 15개 영토(인구 4억 명)뿐이었다.

2011년 이후에는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동남아, 러시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미에서는 여전히 상승했지만, 증가 속도가 완화됐다.

중국의 경우 1998~2011년에는 연평균 1.5㎍/㎥씩 증가했지만, 2011~2019년에는 연평균 2.4㎍/㎥씩 감소했다.
2011~2019년 세계 평균이 4.2㎍/㎥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 요인이 3.8㎍/㎥나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초부터 심각한 대기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했고, 그 결과 8년 사이에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15㎍/㎥를 줄였다.
반면 인도는 2011년 이후에도 오염이 계속 악화했고 인구도 늘어나면서, 전 세계 노출 오염 평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인구 가중 초미세먼지 오염도에 대한 지역별 기여도. (a)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와 13개 지역별 오염 기여 수준. (b) 지역별 오염 기여율. 최근에는 중국의 오염 기여율이 줄고 인도의 기여율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연구팀은 "중국과 인도의 경험은 대기 질 관리 전략이 어떻게 10년 미만의 짧은 기간에 뚜렷한 대기오염 수준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조기 사망도 감소로 돌아서

초미세먼지 노출이 1㎍/㎥ 줄었을 때 조기 사망자의 감소. (단위: 1000명).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3]

한편, 전 세계 초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조기 사망은 2011년 570만 명으로 늘었고, 2015년 58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574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인도와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는 사망률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노출이 1㎍/㎥ 줄었을 때 사망률의 감소도 계산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의 경우 1㎍/㎥ 노출을 완화했을 때 연간 2만1000~3만6000명의 사망이 감소했고, 고령자가 많은 서유럽에서는 1만3000~1만6000명이 줄었다.
인도의 경우는 1만2000~1만6000명의 사망이 줄었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춘다면 향후 노년층이 받는 건강상의 이점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1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이 짙은 스모그에 휩싸여 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10여 년 전보다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겨울철에는 여전히 스모그가 나타난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빈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쉽게 줄일 수 있는 배출원은 거의 다 줄인 상황이어서 앞으로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더 낮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