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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보직해임 박정훈 전 단장 "민간 법원이 판단해 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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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순직 사고를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에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4일 열렸다. 수원지법 행정3부(부장 엄상문)는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박 전 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상대로 낸 보직해임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비공개로 열린 심문에는 박 전 단장 측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가 배석했다. 김 변호사는 기일 진행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직 해임에 대해 군 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 즉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고자 하는 취지”라며 “군사검찰의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이 사태에 대해 법원이 신속히 조치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해병대 수사병과의 병과장이고, 임기제직이라서 보직해임을 하면 상당 기간 직무를 집행할 수 없다. 내부 동요도 심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박 전 단장은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사망한 해병 1사단 소속 채수근 상병 사망경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항명 논란에 휩싸이며 보직해임 당했다. 논란의 발단은 박 전 단장이 7월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한 보고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당초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이튿날 사건을 이첩하지 말 것을 박 전 단장에게 지시했다. 박 전 단장은 그럼에도 이틀 뒤인 지난달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으로 넘겼다.

그러자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9일 재수사 명목으로 사건 관련 자료를 경찰에서 다시 회수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해병대 수사단과 달리 8명 중 대대장(중령) 2명에 대해서만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사건을 다시 넘겼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했다. 군 당국은 이 과정에서 항명 등의 혐의로 박 전 단장에 대한 수사에도 나섰다.

박 전 단장은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해병대에서 보직해임됐다. 해병대는 지난달 8일 보직해임심의위를 열어 항명 혐의로 박 전 단장을 보직해임했다. 박 전 단장은 이같은 보직해임이 부당하다며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에는 군 인권센터와 과거 군부대 사망사고로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들, 박 전 단장의 예비역 동기생들도 찾아와 박 전 단장을 응원했다. 유가족들은 노란색 종이에 ‘박정훈 대령님 존경합니다’하고 적은 응원 플래카드를 흔들며 “힘내라”를 외쳤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보직 해임 자체가 수사권 박탈이다. 숨진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걸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심리를 마친 뒤에도 “수사를 공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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