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19도 그가 알렸다…'현대사 증인' 황경춘 전 AP서울지국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취재한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사진)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사진 유족·연합뉴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취재한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사진)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사진 유족·연합뉴스]

4·19 혁명, 80년대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취재한 원로 언론인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이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99세.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부친이 미쓰비시 탄광에서 일할 때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 가서 우리말을 공부하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귀국해 진주고를 졸업했고, 이후 일본 주오(中央)대 전문부법학과에 진학했으나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1945년 해방 후엔 미국 군정청에서 통역관으로 일했고, 부산제1공중 교사, 생필품관리원 부산사무소통역관, 주한미대사관 신문과장으로 활동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 터진 이후다. 전쟁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1957년 AP통신으로 옮겨 31년간 서울 특파원과 지국장으로 활약했다. 외신기자클럽 회장, 타임 서울지국 특파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취재 현장의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왼쪽). [사진 유족·연합뉴스]

취재 현장의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왼쪽). [사진 유족·연합뉴스]

5·16 군사정변, 12·12 사태,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까지 요동치며 격변하는 한국 현대사가 고인의 취재 현장이었다. 1960년 4·19 혁명 때는 경찰의 발포 사실이 해외로 알려질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 김영삼 등 야권 정치인을 자주 취재했으며, 김대중 납치 사건 때는 활발하게 기사를 썼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취재 당시엔 외신 보도를 문제 삼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뉴욕타임스 등 다른 외신 기자들과 함께 사흘간 강제 구금당하기도 했다.

타임에서 1992년까지 일했고, 퇴직 후에는 프리랜서로 꾸준히 글을 썼다. 2008년부터 칼럼 전문 사이트인 자유칼럼그룹 홈페이지에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황경춘의 오솔길'이라는 코너로 칼럼을 게시했다. 임종 며칠 전까지도 칼럼을 걱정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언론인의 역할을 다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황윤옥(아시안타이거스 상무)·황옥심(미국호텔협회교육원 한국교육원장)·황윤철(전 오리콤 국장)·황윤미·황윤희 씨 등 1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신촌연세장례식장(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