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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정말 과학이다?…머스크가 칭찬한 슬립테크, 21조 시장 [트랜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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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침을 맞이하면서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 반대로 밤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면 '빨리 잠들고 싶다'고 소망합니다. 누구에게나 수면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며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자면서 보냅니다. 잠을 못 자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합니다. 수면 무호흡증을 겪기도 하고, 불면증으로 잠들기 어렵기도 합니다.

각종 민간요법이나 수면 음악 등으로 수면을 돕는 방식이 과거엔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숙면을 돕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매트리스와 베개 같은 침구류도 IT 기술을 활용합니다. 자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등장했고, 커피숍에는 낮잠을 위한 수면 캡슐을 구비한 곳도 있습니다.

사진 미드저니 AI

사진 미드저니 AI

급성장하는 슬립테크 시장

2021년 기준 국내 수면 장애 인구는 약 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변에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볼 수 있습니다. 수면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도 수면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자기 전 바로 잠들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졸면서 얼굴에 떨어뜨리는 일은 일상입니다. 새벽에 자다가 깨서 암호 화폐 가격을 확인하거나, 메신저 알람 소리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습니다.

수면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수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립테크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시장은 약 3조 원 규모입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비전게인은 슬립테크 시장이 2022년 16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33년에는 1,070억 달러(약 141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32년 시장 규모가 950억 달러(약 1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슬립테크는 글로벌 IT 박람회 CES에서 2017년 처음 전용관을 만들 정도로 IT 기술과 빠르게 접목돼 혁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슬립테크가 주목을 받으면서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용어까지 탄생했습니다.

슬립테크는 크게 세 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침대, 매트리스, 베개와 같은 전통적인 수면 관련 침구류 영역, 신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영역,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영역입니다. 최근에는 수면을 위한 음료수나 먹거리도 포함되면서 식음료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슬립테크는 수면이라는 활동을 중심으로 제품화와 서비스가 가능한 분야가 여러 산업에 걸쳐 있어, 다양한 IT 기술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보다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까워 시장을 선점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슬립테크 분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레이어와 기술의 등장

국내외 기업들은 AI 매트리스, 수면 기능성 음료, 오디오 시스템, 수면 안대, 수면 마스크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침구류에서는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위한 스마트 매트리스가 대표적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삼 분의 일’이 개발한 매트리스는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변합니다. AI와 연결해 사용자의 신체 상태와 수면 데이터를 파악해 분석한 후 수면 보고서를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합니다.

미국의 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잇 슬립(Eight Sleep)'도 매트리스에 온도 제어 장치는 물론 각종 생체 인식을 위한 센서가 부착돼 수면 단계 및 환경에 따라 침대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수면 시스템이 탑재돼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훌륭하다고 직접 평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과거 '침대는 과학'이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가 현실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매트리스. 사진 에잇슬립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매트리스. 사진 에잇슬립

중국 테크 기업 샤오미는 코골이, 호흡 등 신체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AI 분석이 가능한 스마트 베개를 개발했습니다. 수면 상태와 자세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베개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도 있습니다. 수면 안대와 마스크 역시 많은 기업이 개발에 뛰어든 분야입니다. 수면 상황에 따라 뇌파, 체온, 눈동자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숙면을 위한 빛이나 주파수를 발사하는 등 얼굴에 착용하는 형태입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수면 중 움직임, 자세 및 행동 같은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유용합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올바른 수면 방법을 제시하거나 수면을 연구하는 의료진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벤처캐피털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슬립테크 스타트업 '이어러블 뉴로사이언스'에 투자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하는 골전도 헤드셋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는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측정합니다.

골전도 헤드셋 기기 '브레인밴드'. 사진 이어러블

골전도 헤드셋 기기 '브레인밴드'. 사진 이어러블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제조사 역시 슬립테크를 위한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CES에서 이어폰처럼 착용하면 뇌파를 측정하고 알맞은 주파수를 전달해 수면을 유도하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식음료 분야도 슬립테크에 관심을 보입니다. 글로벌 음료 브랜드인 펩시는 2020년 드리프트웰(Drift well)이라는 이름의 수면 개선 음료를 출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능성 식품 제조사와 요구르트 회사가 수면 개선 음료와 수면 개선 캔디 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품은 수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 수면용 식음료가 개발됐다면, 앞으로는 개인 수면 데이터와 건강 상태에 따라 비타민, 음료 등을 맞춤형으로 제조해 섭취할 수 있는 방식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생활 속에 스며드는 슬립테크

최근 일본에서는 네슬레 재팬이 네스카페 수면 카페에서 한시적으로 수면 캡슐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수면실에 대형 소파와 리클라이너가 있는데,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수면 캡슐을 도입했습니다. 30분간 커피 한잔과 함께 이용하는데 이용료는 약 7,500원입니다. 잠깐 잠을 잘 수 있는 독립 공간을 제공합니다.

일본 스타트업이 개발한 수면 캡슐. 사진 네슬레 재팬 수면 카페

일본 스타트업이 개발한 수면 캡슐. 사진 네슬레 재팬 수면 카페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유명한 '포켓몬'은 지난 7월 포켓몬 슬립이라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습니다. 수면 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는 새로운 장르에 속하는 수면 관리 앱입니다. 잠들 때 머리맡에 두면 스마트폰이 수면 상태를 기록하고 다양한 형태로 분석해 줍니다. 이와 함께 포켓몬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수집하고 포인트를 얻는 등 게임 요소가 접목돼 있습니다. 건강한 수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것입니다.

이처럼 슬립테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수면 장애와 부족한 수면 시간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면 장애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합니다. 수면 문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근로자의 사망률과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받는 슬립테크는 수면 패턴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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