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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 'AI 회춘'…영화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는 "싫다" [트랜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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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는 아이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AI) 로봇 데이빗이 등장합니다. 2014년 미국의 SF 로맨틱 영화 '그녀(Her)'에도 사만다라는 이름의 AI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AI는 영화의 핵심 소재로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던 영상 품질도 최근 기술의 발전 덕에 더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AI를 활용했지만, 지금과 같은 실제 활용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영화 산업에는 각종 IT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 로봇'. 사진 20세기폭스

영화 '아이, 로봇'. 사진 20세기폭스

AI의 등장과 영화 산업의 변화

여러 최신 기술을 빠르게 활용하는 영화 산업은 이미 AI와 융합을 시작했습니다. AI와 머신러닝(ML)은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 제작은 물론 특수효과, 마케팅, 배급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의 영화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AI로 합성된 유명 배우와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배우 얼굴을 합성하거나 젊게 혹은 나이 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제작되는 영화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모션 캡처를 AI가 대체하거나 보완합니다. 올해 개봉한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주연 배우인 해리슨 포드는 80세의 고령이지만 40대와 60대 시절을 연기하는 데 AI를 활용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베이더 목소리로 유명한 제임스 얼 존스는 향후 자신의 목소리를 AI가 학습해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반대로 영화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계약서에 자신의 연기를 디지털로 편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는 AI가 자신의 연기를 대신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AI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키아누 리브스만이 아닙니다. 영화 산업으로 유명한 할리우드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작가조합이 지난 5월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이후 7월에는 배우, 방송인 조합도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맷 데이먼, 마크 러팔로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도 참여했습니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되면서 배우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습니다. 작가들도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자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AI 디에이징으로 젊어진 해리슨 포드. 사진 Jarkan VFX 유튜브 채널

AI 디에이징으로 젊어진 해리슨 포드. 사진 Jarkan VFX 유튜브 채널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AI

AI는 이미 영화 제작의 초기 과정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대본, 책, 영화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줄거리, 캐릭터, 대사를 포함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특정 영화감독이나 작가의 스타일을 지정하면 유사한 스타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직 AI가 만든 시나리오는 인간의 창의력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컨셉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일부 제작자들은 AI를 스토리보드 작성에 사용합니다. 기존에는 일주일 이상 걸리는 작업을 AI 도구를 활용하면 몇 분 만에 스토리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토리 작업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해 캐스팅이나 촬영 적합 장소 물색 등 사전 제작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지나면 실제로 AI가 영화 한 편을 아예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국내 동영상 생성형 AI 전문 기업인 웨인힐스브라이언트는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SF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유튜브에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에는 주인공이 등장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AI가 작업한 총 60분 분량, 3편의 에피소드 제작에는 불과 1시간이 걸렸습니다.

영화 촬영 이후 후반 작업 환경도 AI가 바꿔가고 있습니다. AI 기반 비디오 편집 도구는 영상을 분석하고 패턴을 감지합니다. 영상 클립을 자동으로 편집하고 향상해 편집 프로세스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AI는 스스로 최적의 장면을 골라내거나 원치 않은 배경이나 요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색상의 변경이나 노이즈 감소, 각종 시각 효과를 지원해 영화 제작자가 최종 결과물을 편집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후반 작업까지 마치고 영화가 완성되면 AI를 활용해 관객 데이터와 선호도를 분석합니다. 제작사가 어떤 영화를 어느 시점에 개봉할지, 어떻게 마케팅할지 등에 대해 방대한 정보에 기반을 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관객과 영화 팬에게 적합한 영화를 추천하거나 배급 전략 등을 수립해 티켓 판매와 수익을 높이는 마케팅 분야에도 활용합니다.

골전도 헤드셋 기기 '브레인밴드'. 사진 이어러블

골전도 헤드셋 기기 '브레인밴드'. 사진 이어러블

영화 산업을 돕는 AI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은 이전에 기록했던 높은 영화관 관람객 수에 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투자비를 들여 좋은 영화를 제작하고 많은 관객이 관람하는 구조는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비롯해 최신 기술의 등장으로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산업 구조가 재편될 수 있습니다.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합니다. 시간을 절약하고 제작 비용을 절감하면 새로운 인재와 독립 영화 제작자가 영화 제작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창작자가 참여하는 영화 산업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재능이나 예술적 표현, 창의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 재능이 부족한 사람도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며,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AI는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영화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

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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