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전국 곳곳에 시간당 최대 60㎜에 이르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하이쿠이’의 한반도 영향 여부는 다음 달 1일쯤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 40분을 기준으로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내륙에 시간당 30~6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고, 경기 동부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차고 건조한 공기와 다량의 따뜻한 수증기가 한반도 쪽으로 유입되면서 두 공기가 만나는 경계에서 강한 강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강원 영서는 밤까지 시간당 30㎜ 내외의 비가, 남부는 지형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말했다.
부산 등 남부 최대 200㎜ 물폭탄
30일부터는 폭이 좁은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형성돼 점차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3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이 20~60㎜이고, 부산·울산·경남 남해안에는 2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호남 지역에도 최대 150㎜ 이상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는 강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도 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늘(29일)부터 모레(31일) 사이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우려된다”며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하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으니 접근 및 야영을 자제하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경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증기 밀어 올리는 하이쿠이…한반도 올까?
‘가을 장마’로 불리는 이번 비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북상 중인 11호 태풍 하이쿠이의 진로다. 하이쿠이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괌 북서쪽 약 1010㎞ 해상에서 시속 7㎞의 속도로 느리게 서진하고 있다. 이후 북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하이쿠이는 일본 오키나와를 지나 다음 달 3일 중국 상하이 동쪽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북상하는 태풍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강한 바람이 형성되는데 이를 타고 남쪽의 따뜻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국내에 많은 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공 예보분석관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돼 기존에 남아있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부딪히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태풍의 발달, 이동 경로 등에 따라 강우 강도와 비구름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쿠이가 한반도로 접근해 국내에 직접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세계 수치 모델 별로 각기 다른 진로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 예보분석관은 “다음 달 1일 정도면 (하이쿠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에 대한 예측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