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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女조롱 문화'의 무서운 결과" 男 1만명 충격연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 씨가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근절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 씨가 디지털 젠더기반 폭력 근절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을 조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화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성 범죄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한국을 방문한 유엔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 지역프로그램 전문가인 멜리사 알바라도는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에서 24일까지 서울 소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개최한 '디지털 젠더기반폭력 대응을 위한 국제 청년 역량강화 연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바라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성범죄) 사이에 상호작용이 분명히 있다. 또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유엔여성기구가 2013년 수행한 연구 결과를 거론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지역(방글라데시·캄보디아·중국·인도네시아·스리랑카·파푸아뉴기니) 남성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대상 성범죄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가장 일반적인 응답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알바라도는 "우리는 종종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폭력을 겪는 지를 묻지만, 오히려 왜 이렇게 많은 남성들과 소년들이 온·오프라인 성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성들이 여성과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믿음이 모든 종류의 성범죄의 출발점인데, 이런 신념과 태도는 청소년 시절에 길러진다"며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관계를 가지며, 성적인 관계를 맺을 때는 상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불편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런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소년들과 젊은 남성들은 성적 관계에 대한 관념을 포르노그래피나 온라인 상 성적 농담을 정보 출처로 삼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처벌 수위와 검거율을 높이는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는 국내 여론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알바라도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10% 미만만이 수사기관이나 서비스 지원기관에 사건을 보고하므로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대다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온라인상 모든 콘텐트 제거와 명예회복, 진정한 사과"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백래시'(반동) 움직임과 남성 권리 신장 운동이 여성폭력 감소 노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남성 권리 단체들의 움직임이 있다"며 "이들은 스스로를 여성 권리 확대의 피해자로 여기며, 여성들이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져선 안 된다는 주장을 홍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더욱 조직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생겨나 여성을 조롱하는 수많은 메시지를 만들어내며, 국경을 초월해서까지 이것들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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