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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염증성 장 질환, 환자마다 증상 달라 맞춤형 치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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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강상범 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여름에는 감염성 장염으로 설사·복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만성적인 자가면역 질환으로 꼭 감별 진단이 필요한 질환이 있다. 바로 염증성 장 질환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유전적·환경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 입부터 항문까지 어디에나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으로 구분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자는 2018년 6만6267명에서 2022년 8만6354명으로 5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복통, 설사, 혈변, 구역 및 구토, 체중 감소, 전신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염증이 생기는 범위가 더 넓은 크론병의 경우에는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 농양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단순 장염과 큰 차이가 없어 방치하기 쉽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복통·설사 등 증상이 4주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한다면 전문 클리닉 등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는 보통 5-ASA(아미노살리실산)로 대표되는 항염증제로 시작해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제제 등을 단계적으로 사용한다. 5-ASA는 특히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유용하고, 일부 크론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려면 적정 용량 투약이 중요한데 중등도 이상 환자의 경우 4g 이상의 고용량 투여가 권장된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환자 대상 4g과 4.8g 투여 간의 효과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 질환은 증상·경과가 환자마다 달라 개별적 접근이 중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성모병원도 10여 년 전부터 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을 열고 다학제 협진팀을 구성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개인별 면밀한 추적 관찰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

염증성 장 질환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환자의 삶의 질을 질환이 생기기 전과 거의 다름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고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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