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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 종목 뒤쫓기보다, 음극재 등 숨은 보석 주목할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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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호 11면

증시 블랙홀 2차전지의 허실

염승환 이베스투자증권 이사가 24일 유튜브 채널 ‘염블리와 함께’에서 2차전지 등 주요 시장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염승환 이베스투자증권 이사가 24일 유튜브 채널 ‘염블리와 함께’에서 2차전지 등 주요 시장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베스트투자증권]

“2차전지의 과도한 상승기는 지나갔다. 음극재·전해액 등 광풍에서 소외됐던 기업을 주시해야 할 때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2차전지의 중장기적 성장성은 꺾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진한 국면에 있다”며 “단기 급등한 양극재 중심 2차전지 대표주를 쫓아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3분기까지 수익성 부진 이어질 듯

‘2차전지’의 여름은 뜨거웠다. 7월 황제주에 오른 에코프로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이 이끄는 포스코그룹 주가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특히 연초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 치솟아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는 지난달 26일 장중 153만9000원까지 급등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이날 포스코홀딩스도 76만4000원으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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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달 2차전지를 둘러싼 온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에코프로 주가는 8월 들어 100만원 선까지 밀렸다 22일 120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 4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이날 포스코홀딩스 종가는 56만원으로, 전날보다 1.65% 상승 마감했다. 2차전지 대표기업들이 소폭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달 고점과는 괴리가 있다. 염 이사는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2차전지는 일시적 테마주가 아니라 반도체와 함께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 산업군”이라며 “3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지는 11월 이후 다시 강세를 띨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7월 고점 이후 2차전지 대표주 주가가 크게 밀렸는데.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기대치에 맞는 실적이 나와야 하는데, 최근 실적이 주춤했다. 2분기 에코프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6% 감소했고, 에코프로비엠의 매출도 직전 분기 대비 5.2%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등도 시총에 비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고, 양극재를 만드는데 중요한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에 연동된 양극재 가격도 급락한 영향이다. 3분기까지 이러한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 급등 부담에 때맞춰 중국 단체관광 허용 등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서 수급이 분산된 결과다.”
2차전지로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은 어떻게 보나.
“쏠림 후유증은 한동안 고통을 줄 수 있다. 신용매매도 많았고, 그래서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 쏠림 현상이야 언제나 있었지만, 특히 이번에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많이 쌓인 상황에서 SNS 등의 영향으로 정보 확산 속도가 너무 빨랐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가 증시에서 주도주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당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열풍이 불었는데, 이들 산업군에서 살아남은 건 배터리 산업뿐이다. 다른 산업들은 성장세가 꺾였으나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그러다 지난 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후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투자금이 쏠리기 시작했다. ‘강남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에코프로 등 2차전지가 한국 증시의 대명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 밀렸던 전해액 경쟁력 높아져

2차전지 대표주들의 폭등기는 이제 끝난 것일까.
“과도한 상승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차전지 대표주들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차전지는 일시적 테마주는 아니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산업군으로 이미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도 주가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질 10월 말에서 11월 초 이후 성장 기대감이 살아나면, 2차전지에 대한 분위기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산업도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차전지 하면 전기차만 떠올리는데 다른 시장도 굉장히 크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초대형 배터리인 ESS를 비롯해 배터리 교체에 따른 폐배터리 산업까지 넓고 다양하다. 지금까지 열풍의 주역은 양극재였다. 이미 폭등한 종목을 뒤쫓기보단, 경쟁력이 있음에도 상승에서 소외됐던 기업들을 주목해야 할 때다.”
어떤 분야를 살펴봐야 할까.
“우선 음극재 시장의 가능성을 주시한다. 양극재가 주행거리를 결정한다면,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한다. 특히 실리콘을 음극재에 넣으면 성능이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데, 이를 상용화하는 기업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SK, 포스코, 롯데그룹과 같은 대기업도 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전해액 시장의 상승 가능성도 크다. 전해액은 2차전지에서 신선식품 같은 요소다. 오랜 기간 보관이 어려운 특성상, 전기차 생산 공장 옆에 있으면 유리하다. 이 분야 세계 4위인 엔켐이 미국 등에 공장을 두고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고, 솔브레인홀딩스 등도 미국 법인을 두고 있다. 그동안 관련 기업의 주가가 눌려 있던 주요인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서였는데,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3·4분기 투자 유의점은.
“2차전지의 성장성이 주가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면, 다른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성장 분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기업, 가성비를 인정받는 중소 화장품 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적인 투자 철학은 투자를 하다 실패하더라도, 오르막길에서 넘어지는 게 낫다는 것이다. 주가가 싸다고 하향산업에 눈을 돌리지 말자. 2차전지는 오르막길임은 자명하다. 지금은 너무 아찔하게 오른 게 문제인 거다. 2차전지와 반도체 기업들은 차별화가 뚜렷해서 조금만 공부하면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기가 어렵지 않다. 남들이 열광하기 전에 공부해두면 기회가 분명히 있다. 요즘 미·중 악재로 증시 출렁임이 커졌지만, 코스피 2500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수준이다. 연내 코스피지수는 2800까지 상승 가능성을 본다. 주식 비중 확대에 무게를 두고 성장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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