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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정도일줄 몰랐다"…'수산물 금수'에 당황한 日, 여론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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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 문제가 중국과 일본 간 외교 전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금수 조치가 농산물 등으로 확대될 경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전, 후쿠시마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전, 후쿠시마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선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발표에 "예상외의 강경 대응"이라며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한 간부는 신문에 "(중국이) 대응해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한 직후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10개 현에만 적용했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어업 종사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어민들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주변국을 설득하겠다던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한 거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坂本雅信) 회장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에게 전화를 걸어 "전국 어민들이 매우 놀란 상태"라며 금수 조치 철회를 중국에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일본산 수산물 최대 시장 

일본 어업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871억엔(약 7930억원)으로 일본 정부가 일본의 지난해 전체 수산물 수출액(3873억엔)의 22.5%에 달했다. 후쿠시마 등 10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를 발표한 홍콩도 19.5%(755억엔)에 이른다. 일본 전체 수산물 수출의 약 42%가 중국과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539억엔, 13.9%), 대만(346억엔, 8.9%), 한국(244억엔, 6.3%)에 비해 월등히 많다.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일본음식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일본음식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홋카이도(北海道)의 경우 가리비를 중심으로 지난해 어패류과 가공품 수출액의 약 60%를 중국이 차지했을 만큼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 홋카이도 북부 사루후쓰무라(猿払村) 어업협동조합의 모리 도요아키(森豊昭) 전무는 마이니치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시간이 있었는데 정부는 무엇을 해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 세관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통관 절차를 강화했다. 신선도가 중요한 생선의 경우 사실상 수입 금지 상태가 돼, 7월 중국으로의 생선 수출액은 약 4억5000만엔(약 40억 8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절반으로 급감했다.

日외무차관, 중국대사와 설전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에 금수 조치 철폐를 요청했다", "과학적 근거에 근거해 전문가끼리 제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국민 사이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따라 일본산 먹거리, 화장품 등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나타났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양국 외교관 사이의 설전도 벌어졌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직후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우장하오(呉江浩) 주일 중국대사 사이에 전화 통화가 있었다. 이 통화에서 우 대사는 "중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수입 중단을 선언한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며 "이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카노 차관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포함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고 완화하는 국제적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금수 조치의 철폐를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어민 달래기에 나선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전날 전어련 회장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풍평(소문) 피해 지원금 등으로 적립해 놓은 800억엔(약 7300억원)의 기금을 활용해 수산물을 매입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의 금수 조치가 길어지거나 농산물 등까지 확대할 경우 기금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도쿄전력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따른 외국 정부의 조치로 사업에 손실이 생길 경우, 거래 상황 등을 확인해 적절히 배상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 시 주석에 친서 전달 계획 

한편 기시다 총리는 오는 28일 중국을 방문하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중·일 관계 악화 속에서도 그동안 중국 공산당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야마구치 대표는 4년 만의 방중을 앞두고 24일 기시다 총리와 만나 오염수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야마구치 대표는 중국 고위층 인사들에게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야마구치 대표의 요청에 응해 시 주석에게 보낼 친서를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NHK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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