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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끝나면 제조업 경기 되살아날 것...변수는 중국 경제

중앙일보

입력

한국 수출과 밀접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내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재화소비 정상화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이에 따른 성장 둔화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손민규 차장 등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평가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거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이후 제조업 PMI가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회복됐다”며 “향후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가 완화되면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공급망 차질로 크게 늘었던 기업의 재고조정이 진정되는 것도 향후 제조업 경기의 개선요인”이라고 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지수(PMI)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1개월째 기준치인 50을 밑돌고 있다. PMI는 제조업 분야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로 기준치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ㆍ대만ㆍ일본 등 대중 수출 비중 및 정보기술(IT)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제조업 생산이 더 부진했다. 손 차장은 “한국 수출은 대외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글로벌 제조업의 전반적 부진을 크게 따라가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전세계적인 재화소비 둔화는 최종재를 만들기 위한 중간재를 주로 공급하는 한국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당분간은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다가 내년 이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차장은 “팬데믹 시기 제조업 경기를 이끌었던 건 내구재 중심의 소비였는데, 최근 금리인상이 이례적으로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금리민감도가 높은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 종료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가파른 금리인상 흐름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고, 금리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과거와 같이 재화소비를 억누르는 효과는 약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소비가 되살아나면 기업들도 재고 확보를 위해 제조업 생산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의 중국 경제 위기는 글로벌 제조업의 빠른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쓰더라도 중국의 성장동력이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투자가 1% 감소할 경우, 2년 후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0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 대상인 127개국 평균(-0.06%)보다는 높고 일본(-0.08%)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중요한 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이 세계교역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등 IT산업에서 향후 10년간 GDP 대비 1.8%의 재정을 각종 보조금 등으로 투입하면서 자국에 대규모 첨단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생산 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약되면서 기술 선진국들과의 교역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일대일로' 사업 대상국들에 대한 수출은 꾸준하게 늘렸다.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등 친환경 제조업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도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친환경제조업 투자 중에서 배터리가 57.7%, 태양광이 30.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52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ㆍ전기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유럽 또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이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풍부한 핵심광물 매장량 및 낮은 생산비용 등을 바탕으로 구리ㆍ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친환경 전환 속도는 더딘 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에너지전환지수(ETI)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한국은 62.3으로 120개국 중 31위다. 1위는 스웨덴(78.5)이고 미국(66.3) 12위, 중국(64.9) 19위, 일본(63.3) 27위 등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이 제조업 경기ㆍ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성장동력을 확충하려면 수출시장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친환경 전환도 가속해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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