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억 금광도 갖고 있다…이런 바그너 그룹, 푸틴 정말 버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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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반란을 시도했던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용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바그너 그룹의 앞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고려해 러시아 정부가 새 인물을 앞세워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그너 센터 앞에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그너 센터 앞에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프리고진 색(色) 빼고 정부가 조직 장악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이날 저녁 벨라루스에 있는 바그너 베이스 캠프 일부가 해체됐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6월 러시아군 지도부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벨라루스 중재로 하루 만에 철수한 뒤 이곳에 주둔해왔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벨라루스 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 호송대 일부가 이날 철수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바그너 그룹 조직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움직임이자, 대다수 바그너 용병이 러시아 국방부에 편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프리고진 사망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그룹 인수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프리고진 반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 대신 바그너 그룹을 이끌 지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번 프리고진 사망을 기점으로 그의 색(色)을 완전히 지우고 러시아 정부가 새 인물을 앞세워 조직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이 지닌 영향력 때문이다. 2014년 프리고진에 의해 창설된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은 지난 9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12개국이 넘는 국가 등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치안 유지를 대가로 내정에 간섭하거나 천연자원·광물 채굴권 등 각종 경제적 이권을 챙겼다. 일례로 바그너그룹은 연간 2억9000만 달러(약 3831억원)에 달하는 금을 채굴할 수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최대 금광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이 같은 해외 용병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바그너 그룹과 연관된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권위주의 독재 정권으로, 미국 등 서방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바그너 그룹을 지렛대 삼아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를 밀어내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외교는 물론 경제적 이점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민간 용병 바그너 그룹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이용 가치가 큰 조직인 셈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막후에서 바그너 그룹 활동을 지원하며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 왔다.

라마 이에이드 대서양협의회 아프리카 센터 신임 연구원은 "프리고진 이후 인물을 앞세워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킴벌리 마튼 콜럼비아대학교 버나드 컬리지 교수도 앞서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이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고 각종 군사작전에 능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명령에 따르는 지휘관은 아니다"라며 "러시아 국방 기관이 프리고진을 대체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곳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바그너 그룹 연계 텔레그램 채널 '라스그루스카 바그네라'에 올렸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곳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바그너 그룹 연계 텔레그램 채널 '라스그루스카 바그네라'에 올렸다. AP=연합뉴스

"바그너는 곧 프리고진", 부재는 사실상 해체 의미

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지는 "반란 직후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했던 바그너그룹 용병 5000명 중 4분의 3 이상이 낮은 임금 수준 등에 불만을 품고 이미 벨라루스를 떠났다"며 프리고진의 사망을 계기로 조직의 힘이 상당 부분 사라질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은 프리고진과 그의 측근들이 현지의 정치·군사 지도자, 부패 정치인, 사업가들과 개인적 관계를 맺어온 곳이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수년에 걸쳐 쌓아온 (프리고진의) 부도덕한 결과물"이라며 "이를 하루아침에 다른 인물이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영국 공군 출신의 군사전문가 션 벨은 지난 6월 바그너 반란 직후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너는 곧 프리고진"이라며 "프리고진 없는 바그너는 사실상 끝"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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