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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먹구름에…한은, 기준금리 5연속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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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지난 1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2·4·5·7월에 이은 다섯 번째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6명 전원 일치였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가 당분간 지속하면서 연말까지 동결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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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불안한 경기 회복세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반등)’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별로 안 나타나는 등 경기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좀 더 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그렇다고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금리 인하를 했다간 역풍이 클 수 있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 여전히 불안한 물가 등은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마땅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6명 모두가 향후 3개월 내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해 얘기하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10조1000억원 늘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에 지난해 3분기부터 꾸준히 감소해 온 가계대출이 4분기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다만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당장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몇 달 더 증가할 수 있지만 증가 폭이 커져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분기 기준 101.5%)이 올라가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제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미국이 여전히 탄탄한 경제 지표 때문에 한 번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5.25~5.50%)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다. 2%포인트 격차가 장기화하면 외국인 자금유출과 원화 약세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솟구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WSJ]

솟구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WSJ]

국내 채권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Fed가 긴축 시그널을 강화하면서 지난 21일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3%대까지 치솟았다.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선 미 국채 금리가 최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한국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최근 4.4%대로 오르는 등 지난 3월 초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분기별 증가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주택담보대출 분기별 증가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물가도 안심하기 이르다. 7월 물가상승률은 2.3%로 낮아졌지만 국제유가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연말에는 다시 3%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유지하면서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상승률 전망치는 3.3%에서 3.4%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상반기쯤 인하 시점을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 3.5%는 굉장히 높은 금리 수준이기 때문에 부동산PF 시장 불안이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더 오래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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