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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반도체 독주 어디까지…2분기 영업익 9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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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불황 사이클을 지나는 반도체 업계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엔비디아만큼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024회계연도 2분기(5~7월)에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135억1000만 달러(약 17조86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71억9200만 달러)와 비교해서도 88% 급증했다. 영업이익(GAPP 기준, 일회적 비용을 빼지 않은 회계 방식)은 68억 달러(약 9조원)로, 전년 동기(4억9900만 달러) 대비해 1263% 증가했다. 주당순이익은 2.70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실적은 월가의 전망치를 훨씬 웃돈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대한 월가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112억2000만 달러(약 14조8400억원), 주당순이익 2.09달러였다. 엔비디아는 이런 전망치를 각각 20%, 30% 웃도는 실적을 거둔 것이다.

사업부문별 실적도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AI·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한 데이터센터 매출은 103억2000만 달러로 예상치(80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된 게임 분야 사업도 24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둬 예상치(23억8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이런 어닝서프라이즈(기대 이상의 호실적)를 기록한 배경은 생성형 AI 열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 업계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라는 두 가지 플랫폼 전환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수요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534억4500만 달러, 2027년에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인 1194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가 최신 칩인 ‘H100’ 생산량을 내년까지 최대 4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생산 목표가 50만개인데 내년에는 150만~200만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H100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고성능 AI 칩으로 개당 4만 달러(약 5340만원)에 달한다.

3분기 전망도 장밋빛이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을 월가 예상치(126억1000만 달러)보다 훨씬 높은 16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3.17% 상승했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9%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인 510 달러(약 68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잘나가지만, 악재는 존재한다. 바로 중국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초고성능칩 판매를 제한했다. 엔비디아의 2분기 대(對)중국 매출 비중은 20~25%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장기적으로 줄어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면 중국 시장만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발(發) AI 훈풍’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인 HBM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HBM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100원(1.64%) 오른 6만8200원에, SK하이닉스는 4.22% 뛴 12만900원에 각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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