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괜찮아, 상혁아! 아시안게임이 있잖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23일(한국시간)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6를 넘지 못하고 바를 떨어트린 뒤 아쉬워하는 우상혁. 그는 최종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AFP=연합뉴스]

23일(한국시간)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6를 넘지 못하고 바를 떨어트린 뒤 아쉬워하는 우상혁. 그는 최종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AFP=연합뉴스]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의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우상혁은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넘어 6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2m20, 2m25, 2m29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하지만 2m33은 1차 시기에서 실패했고, 2m36으로 올린 뒤에도 두 번 연속 바를 떨어트렸다.

우상혁은 지난해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육상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는 “맡겨놓은 금메달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 최고기록(2m35)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m38을 넘은 장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가 우승을 차지했고, 4연패에 도전한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은 2m33으로 3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2017년까지만 해도 아시아권의 강자로 통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었다. 그러다 ‘평생의 은인’으로 여기는 김도균 코치를 만나면서 모든 걸 바꿨다. 특히 2019년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하면서 철저한 식단 조절에 들어갔다. 샐러드, 호밀빵, 소스 없는 파스타, 쌀국수 등으로 식단을 바꿨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도약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 것을 계기로 ‘월드클래스’로 뛰어올랐다.

이달 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유럽 훈련을 떠나기 전 우상혁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집중 훈련을 통해 만족할 수준의 몸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키 1m88㎝인 우상혁의 당시 체중은 67㎏. 세계선수권에선 2㎏을 더 감량해 6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상혁은 “체중 감량을 위해 식단 조절을 열심히 했다. 이 정도로 했으니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솔직히 나에게 오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먹방’을 보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여길 정도다. 하지만 노력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훈련과 감량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상혁은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뛰었고, 실패한 뒤에도 ‘스마일 점퍼’란 별명처럼 끝까지 미소지으며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우상혁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출국 전 “스파이크 5개를 챙겼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대회가 계속된다. 당장 1일 새벽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취리히 대회에 출전한다. 8명 중 4위 안에 들면 미국 유진에서 열리는 파이널(9월 17일)에 나설 수 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만 초청받는 이 대회 파이널에서 메달을 딴 한국인 선수는 없다.

강행군은 끝나지 않는다. 우상혁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최강자로 꼽히는 카타르의 바르심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우상혁은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1년 만에 높이뛰기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수영 황선우(20·강원도청), 근대5종 전웅태(28·광주광역시청)와 함께 금메달을 따내자는 약속도 했다. 우상혁은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선우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웅태 형과도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