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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60세 넘어도 국민연금 낼까 말까…회사가 절반 내는 방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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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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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경남에 사는 회사원 신모(61)씨는 1년여 전 만 60세가 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만 59세까지 18년 1개월 보험료를 냈다. 회사 동료 중에는 60세 넘어서도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있다. 신씨는 보험료를 계속 내 가입기간을 늘리는 게 좋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낼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가 선뜻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전에는 회사가 반을 내줬는데, 지금은 전액 본인이 낸다고 해서다.

국민연금 재정위 연령연장 방안
가입상한·수령개시 나이 올려
69년생 월 연금 60만→73만원
"소득공백 방치,이번엔 고쳐야"

 60세 넘어서도 일을 하는 신중년층이 크게 늘면서 보험료를 계속 낼지 말지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재 논의 중인 연금개혁 안이 이런 고민 해결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준비 중인 개혁안에는 60세 이후에 보험료를 내게 하되 회사가 절반 지원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22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60세 넘어서도 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을 받는 시기는 1~3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에 맞춰 노후 소득을 늘리고, 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이다. 재정재계산은 인구·경제성장률 등의 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연금 주머니를 따져보고 개혁하는 법적 과정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0여개 개혁안 죽 늘어놓을 듯 

 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이후 21차례 회의를 열어 지속가능한 재정안정 방안과 소득보장 방안을 논의해 왔다. 보험료 인상안(9%→12%, 15%, 18%), 수급 개시 연령 상향(65세→66세, 67세, 68세), 기금운용 수익률 상향안(4.5%→5%, 5.5%)을 조합해 10여개 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4차 재계산 때는 위원회가 2~3개 안을 압축해 냈는데, 이번에는 여러 개를 죽 늘어놓는다고 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가입 상한 연령(59세)을 올리는 데에는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한 연령 59세는 기형적이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63세)과 3년(60~62세) 벌어진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5년마다 한살씩 늦춰져 왔고, 2028년 64세, 2033년 65세가 된다. 공백기간이 60~64세로 더 벌어진다. 1998년 연금개혁 때 이런 일을 벌여놓고 25년 방치해 왔다. 물론 60~64세에 보험료를 낼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이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연금수급 최소 가입기간(10년)을 못 채웠거나, 이를 더 늘리려는 사람이 이용한다. 다만 직장인일 경우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내야 한다. 회사가 절반을 내지 않는다. 60~64세 임의계속가입자는 51만명(2021년)이다.

우리만 '가입-수급' 연령 달라   

 위원회 8차 회의(3월) 자료를 보면 '가입상한-수급개시' 연령이 차이 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의 기초연금뿐이다. 일본 후생연금(국민연금), 미국·캐나다·프랑스·스웨덴은 가입 상한 연령이 없거나 수급 개시 연령과 일치한다. 전자가 더 높은 데도 있다. 5년 전 4차 재계산 때 상한 연령을 올리려 했으나 "60세 넘어서도 보험료를 내라는 거냐"라는 반발에 부닥쳐 없던 일이 됐다. 위원회는 60세 이후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하되 기업 반발을 고려해 노사가 합의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단서조항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 신중년 직장인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서 60~64세에 보험료를 계속 낼 가능성이 있다. 노후 연금액을 높이려면 가입기간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 토대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60~64세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전체 취업자 중 이들의 비율이 2011년 5.18%에서 2021년 8.85%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는 15%에서 13.6%로, 30대는 24%에서 19.3%로 줄었다. 청년의 가입기간이 짧아지는 문제점을 상한 연령 연장으로 보완할 수 있다. 또 60~64세 취업자가 127만명에서 241만명으로 10년 새 약 두 배가 됐다. 2021년 60~64세 인구의 32%가 임금근로자여서 보험료를 낼 여건을 갖추고 있다.
 위원회는 가입 상한 연령 상향에 따른 연금액 변화를 추산했다. 62년생은 61세, 63~64년생은 62세, 65~68년생은 63세, 69년생은 64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59세까지 이미 20년 가입한 것으로 가정했다. 월 소득이 268만원일 경우 65년생은 연금액이 월 64만5000원에서 72만2000~75만4000원으로 늘었다. 69년생은 60만원에서 69만4000~73만4000원으로 늘었다. 수익비(연금 총액/보험료 총액)는 다소 떨어지지만, 소득대체율이나 연금액은 올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고령화에 수급연령 연장 불가피

 위원회는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 67,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내놓는다. 보험료 인상, 기금 수익률 상향만으로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70년 후인 2093년에 기금이 남아있게 하려면 보험료율을 18%로 올려도 부족하다. 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주식이나 대체투자(부동산 등) 등의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급 개시 연령을 선진국(대개 67~68세)처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가입 상한 연령을 올리면 연금액이 올라 소득보장 효과를 낼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꺼릴 수 있어 저소득자 보험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평균수명이 느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게 필요하다. 보험료를 많이 올리지 못하면 더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